내가 교육학과 일원임이 자랑스럽다

220412

by 베짱이 나

내가 교육학과 일원임이 자랑스럽다. 오늘 [교육심리학] 강의실에서 내 모습을 본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수업 말미에 이를수록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교수님 말씀에 동의를 표하기 바빴다. 최근 한 주, 동기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받았다. 현재 수강 중인 수업 하나하나가 소중해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지 못함이 아쉬울 따름이다. 내가 수업을 더 준비하고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수록 얻는 것이 배가 된다. 자극이 정말 많다. 시간을 효율 있게 쓰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주변과 그 고민을 나누고, 성장해야지.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다. 물론 모든 영역을 완벽히 달성하기란 불가능하겠지만.


며칠 전 도덕 교육을 논하는 의견을 스토리에 올렸다. 한 고교 동창 물음에 하굣길 떠오른 생각을 적다 보니 길어졌다. 학우들 의견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한 분께 답이 왔다. 내 생각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현재와 동일한 수업으로는 도덕성을 기르기 어렵겠단다. 인스타그램 대화 창이 블랙보드 토론실이 된 듯한 경험을 했다. 남 생각을 읽고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교육이라는 주제가, 또 생각이라는 역동이 자연수처럼 딱딱 끊기는 것은 아니어서 이곳에서 키운 생각은 [교육철학]과 [교육학강독]을 거치며 수정되고 커지며 변화하기를 반복했다.


지난주 목요일에는 Y 언니와 첫 식사를 했다. 돌아보면 뚝닭에서 먹은 저녁보다 대즐링에서 나눈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교육심리학]에서 한창 나누던 토론 덕에 열띤 대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 개인별 지능 차에 본성과 양육 중 무엇이 더 큰 영향을 미칠까, 하는. 일전에 밝혔듯 나는 양육 편을 견지했지만, 마땅한 근거와 논리를 갖추지 못해 글을 쓰기까지 오래 망설이기만 했다. 언니는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책이 마침 집에 있어 생각을 정돈했다고 한다. Y 언니는 내가 토론실에서 가장 먼저 들어가 의견을 읽는 학우다. 내가 놓친 부분에 참신한 생각을 내놓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이나 책을 근거로 들며 풍부한 글을 쓰기 때문이다. 나도 『본성과 양육』이라는 도서를 읽고 싶어 도서관을 뒤졌지만 유일한 책이 대출 중이었다. 언니가 빌려주기로 했다. 그날 의견 중 인상적인 부분은 두 가지다. 첫째, 양육 환경도 지능 차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은 비타민 C와 같은 한계를 동반한다. 이를 렌즈 삼아 온라인에 게시된 학우들 글을 읽었다. 대다수 '양육이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들지, '양육이 본성보다 지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에 관해 다루지는 않았다. 둘째, 성인이 될수록 양육 환경보다 본성 영향이 커진다. 관련하여 교수님께서도 쟁점을 다시 짚어주셨다. 쉬운 예시가 떠올랐다. 우리나라 초등학생이라면 대부분 피아노 학원에 다녀봤을 터. 학원에 다니는 동안 아이들은 어느 정도 연주 실력을 갖추지만, 나이가 들면서 학원을 그만두면 서서히 그 실력은 녹슨다. 오늘날 성인들의 연주 경험 역시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 포도알을 칠해 본 정도에 머무르리라. 그러나 오랜 시간 피아노와 단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인이 되어 다시 악기 앞에 섰을 때 그들 연주 실력에는 차이가 있다. 한 살 터울인 나와 내 동생만 해도 그렇다. 이 지점이 시간이 흘러 양육 환경보다 본성 힘이 세지는 지점이 아닐까.


언니와 나눈 대화는 주로 사적인 소재라 토론실에 게시하지 못했다. 비록 글이 아닌 말로 오간 토론이었지만 충분히 의미 있었다. 언니 의견과 내 의견이 한데 뒤섞여 새로운 내 의견으로 자리했기 때문이다. 한편 공개된 토론실에서 열띤 토론을 보여준 분들도 있었다. 교수님께서도 칭찬하신 S와 S' 학우님이다. 심리학, 특히 이번 토론 주제였던 본성과 양육은 거의 아는 바가 없어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치지 못했는데 둘 토론을 읽으며 많이 배웠다. 더 솔직히는, 새로운 지식을 배웠다기보단 질투와 부러움이 들었다. 글로만 생각을 읽어도 흥미진진한데 직접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얼마나 생각이 깊어졌을까! Y 언니와의 대화 이후 바쁘다는 핑계로 의견을 다듬거나 글 쓰는 과정을 생략한 나와 달리 논리를 들어가며 흔적을 남긴 두 학우를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마침내 K와 점심을 먹은 날이다. 미식본좌에 호기심 가진 이들이 많아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 밀렸다. 점심 자리에서도 동기를 4명이나 더 만났다. 뿌듯하군. 아, 참고로 저는 사장님께 어떠한 금전도 받지 않았습니다. 이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고, 그와 이제야 만났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짧지만 알찼다. 교육학과 학생으로서 겪는 고민, 앞으로 살아갈 방향, 슬럼프를 대하는 태도… 솔직한 마음이 술술 풀려나왔다. 그와는 줌 소회의실이나 학생회 활동 당시 본 모습이 전부지만, 일상을 살아가는 태도나 가치관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학생회장과 더불어 과 학생회 운영 경험을 생생히 들을 수 있던 점도 좋았다. 이번 교육학과 학생회는 내가 대학에서 본 조직 중 가장 체계적이며 운영진이 진심을 다하는 곳 같다. 부학생회장이 거창한 생각 없이—지금 보니 겸양 표현이다—꺼내놓은 신조를 학생회장이 갈고닦아 재탄생시켰다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래, 누군가 툭 던진 아이디어가 때론 다른 이에게 무한한 의미를 가져다주는 영감이 된다. 다양한 사람과 협동할 필요도 같은 맥락이다.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연유까지. 최근 동기들에게 무수한 영감을 받는다. K와는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매일을 가꾸어 간다는 점이 닮았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바쁨을 즐긴다는 면에서 공명한다. K야, 우리 앞으로도 자주 만나자. 너와 교유하면 내가 한층 멋진 사람이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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