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금에는 달리기가 필수

220502

by 베짱이 나

250515 상경 직후 1년 넘게 장학숙에 살았습니다. 지역 기숙사라고나 할까요. 방배에 위치해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할 시절에는 통금이 있었다죠.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세상 모든 통학·출퇴근러에게 박수를.


초중고 계주를 뛰면서 갈고닦은 달리기 실력과 매일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며 키운 체력은 모두 오늘만을 위한 것이었나 보다. 친구와 22시 50분쯤 치킨 집을 나와 지하철을 탔을 때 네이버 지도 앱이 알려준 예상 도착 시간은 23시 51분. 장학숙 통금 시각인 24시까지 넉넉하겠다 안심한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앞으로 남은 한 시간 동안 내 5월 2일이 얼마나 더 드라마틱해질지.


발단: 오늘 평소보다 집에 늦게 들어가는 바람에 늘 하던 대로 3호선에서 마을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2호선을 타야 했다.

전개: 내 발걸음은 익숙함을 좇아 교대역이 아닌 남부터미널역 기준 빠른 환승 칸으로 향했다.

위기: 덕분에 교대역에서 2호선 환승 시간이 길어졌고, 나는 23시 34분에 오는 2호선 지하철을 놓치고 말았다.

절정: 다음 열차를 타면 되지 않냐고? 23시 51분에 오는 지하철을 타고서는 제아무리 빠른 치타라도 24시까지 장학숙에 도착하지 못한다. 이대로 통금 시간을 어기고 마는 건가 좌절할 무렵…

결말: 번쩍, 하고 뇌리에 스쳤다. 네이버 지도 앱 상단에 그려진 자전거 그림. 그래, 서울에는 따릉이가 있지! 예상 소요 시간은 12분. 재빨리 발길을 돌려 교대역을 빠져나왔다. 능숙하게 자전거를 빌렸다. 그리고 앞뒤 잴 것 없이 페달을 밟았다. 시원한 밤바람을 즐길 낭만도, 지도를 보고 길을 찾을 여유도 없었다. 머릿속에는 그저 20분 안에 장학숙에 무사히 도착하는 생각뿐이었다. 페달을 밟고 또 밟고, 야속하리만큼 긴 신호등 몇 개를 지나 따릉이를 근처 반납소에 반납했을 때는 23시 54분이었다. 숨 돌릴 틈 없이 뛰어 23시 59분, 얼굴 인식 성공.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숙실에 들어가기는… 개뿔 하필 오늘 친구를 만날 생각에 구두까지 신고 가는 바람에 다리가 후들거려 죽는 줄 알았다. 오자마자 시원한 생수를 한 번에 들이켰다. 지금은 개운하게 샤워까지 마친 뒤 일기를 쓰는 중이다.


이상, Z야, 통금 전까지 잘 들어갔냐는 문자 답장이었어. 오늘 친히 안암까지 나와 놀아줘서 고마웠어. 다음에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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