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셨습니까

250515 09:18

by 베짱이 나

250323

그분이 오셨다. 한 달에 한 번 잊지 않고 나를 방문하는 월경 말이다.

께름칙한 기분이 들었다. 슬그머니 눈을 떠 휴대폰을 확인하니 알람 울리기 두 시간도 전이었다. 아무리 내가 일찍 일어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다지만 이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 아랫도리가 축축했다. 십몇 연간의 경험으로 단박에 알아차렸다. 시작했구나.

이불에 붉은 피가 묻지 않았길 기도하며 몸을 일으켰다. 자취생이 이불 빨래를 하려면 어지간히 귀찮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들춰본 이불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깨끗했다. 안도하며 화장실로 직행했다. 으악. 속옷이 피로 흥건했다. 평소 내 월경은 느리고 친절하게 조금씩 시작하는 편이라 첫날에는 양이 적다. 그러나 오늘은 흘러넘칠 정도였다. 찬물에 담가두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흐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피가 화장실 타일 위로 뚝뚝 떨어졌다. 수도꼭지를 가장 오른쪽으로 돌려 손빨래를 했다. 속옷용 세탁비누를 문질러 거품을 크게 냈다. '잠옷으로 입었던 바지도 빨아야 할 것 같아.' 손을 더듬어 바지를 가져왔다. 수돗물이 금세 피와 같은 빨강으로 변했다. 일어나자마자 찬물을 만지니 잠이 확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손끝도 점점 붉어졌다.

빨간 색연필로 달력에 동그라미를 쳤다. 단단히 벼르고 기다린 월경이니 이번에는 기록을 잊지 않을 것이다. 2주 전이면… 3월 둘째 주가 배란기였군. 한창 아침잠이 많던 그 시기였다. 희한하게도 최근에는 그렇게 늦잠을 많이 자지 않았다. 몸의 요구에 귀를 잘 기울이자고 다짐한다. 단 음식을 충동구매하거나 밤에 무언가를 폭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괜히 전투 모드에 접어들어 비장해지는 마음은… 일단 접어둔 채 다시 이불속으로 다이빙했다. 힘껏 눈을 감았지만 더 자기는 글렀다. 아잇.


250515

어제도 나를 잊지 않고 방문하셨습니다. 매월 중순경에 오시는 듯합니다. 빨간 동그라미를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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