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50725 17:23

by 베짱이 나

안녕하세요, 베짱이 나입니다. 첫 브런치북으로 인사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는 고향에서 선풍기와 에어컨을 동시에 쐬는 호사를 누리며 놀고 있습니다. 본업할 때는 찾을 수 없는 베짱이 면모를 한껏 발휘하면서요. 브런치북이 무엇인지 신생 브런치 작가는 모르겠고, 정식으로 인사하는 자리이니 제 소개를 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백문백답을 써 볼까 했는데 요즘 제가 그만한 체력도 시간도 내기 어렵네요. 대신 제가 아끼는 카드 게임을 열어봅니다. 한가운데 자기애(Self-Love)라고 적힌 연분홍 상자입니다. 해외에서만 파는 한정판 질문 꾸러미랄까요. 그곳에서 질문을 골라 답해보겠습니다. 나 혼자 묻고 답하기라… 퍽 재밌겠네요. 제 이름이나 나이는 몰라도 제 깊은 고민과 취향은 아시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이 글도, 브런치북도 즐겁게 읽어 주세요.


추신. 앞으로 브런치북으로 엮는 글에는 하나씩 노래를 추천해 드릴 예정입니다. 글과 함께 감상하시면 더욱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1. 어릴 적 자연스럽게 잘했던 일은 무엇인가요?

What came easily to you as a child?

공부를 잘했습니다. 좋아도 했고요. 지금도 무언가 배우기를 가장 좋아하고 잘합니다.


2. 당신이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What's one thing you did right?

영어 일기를 꽤 오래 썼습니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원어민 선생님께 첨삭도 받았고요. 4학년 때 독서 골든벨 문제를 못 맞혀 약이 올라 학원에 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이를 공룡 사건이라 부릅니다.) 영어를 강제 없이 순수한 재미로 배워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3. 이제는 더 이상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What do you no longer settle for?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 되기 이전까지 교회에 다녔지만, 더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믿는다'가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대신 사람들이 하나님이라고 부르는 무언가는 내 내면에 있다고 여깁니다. 그렇다면 '받아들이다'에는 해당하게 될까요. 어려우니 이만합시다.


4. 당신이 치유한 상처나 아픔 중 하나는 무엇이며, 어떻게 치유하셨나요?

What's one thing you healed from, and how?

가족을 사랑하지만, 부모님께 받은 상처가 많았습니다. 그동안은 음악에 의존했습니다. 이어폰을 끼고 교과서에 몰두하면 다투는 소음은 들리지 않으니까요. 최근에는 전문가 도움을 받아 한결 치유가 쉬워졌습니다. 여전히 저는 (문답을 작성하는 현재) 콜드플레이의 'Fix You'를 듣고 있지만, 이외에 남들과 잘 소통하는 법을 여럿 압니다.


5. 자신을 위해 목소리를 낸 적이 있다면, 언제였나요?

When was a time you spoke up for yourself?

K-장녀라고들 하죠. 성인이 되고 부모님과 많이 부딪혔습니다. 장학숙에 사는 (나중에는 자취하는) 문제며, 통금을 정하는 문제며, 연애하는 문제며, 연락하는 문제며… 의견이 맞는 구석이 하나도 없었죠. 무엇이 먼저였는지는 생각나지 않네요. 통금 시각이 너무 이르다고, 조금 더 학교에 있고 싶다고, 조별 과제를 편히 하고 싶다고, 친구들을 만나 놀고 싶다고 수많은 투정을 부린 기억이 가장 많습니다. 덕분에 동생은 조금 나은 새내기 생활을 했을지 궁금합니다.


6. 당신은 누구를 위해 변하고 있나요?

Who do you change for?

고민 없이 말하건대 나는 나를 위해 변하고 있습니다. 일기 속 과거 나를 마주할 때마다 그보다 나은 내가 되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성장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 변화가 따뜻하고 친절하고 아름다운 쪽을 향해 있었으면 합니다.


7. 어떤 관계에서든 마음이 안전하다고 느끼기 위해 당신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What do you need to feel safe in any kind of relationship?

물리적 만남이나 접촉이 필요합니다.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최신 기술도 잘 다루는 편이지만, 사람을 만날 때만큼은 인터넷 힘이 약하다고 여깁니다. 자주 만나거나 손 편지를 주고받는 등 아날로그라 불리는 옛 것을 선호합니다. 질문에 답이 되었을지 모르겠네요.


8. 당신이 당신 자신이라서 좋은 점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What's one thing you like about being you?

아, 이건 한 가지만 뽑기 어렵네요. 그럼 자신감으로 하겠습니다. 초인지가 워낙 뛰어난 인물이라 딱 내가 할 수 있는 만큼까지가 어디인지 경계를 잘 알고 그 안에서 자신감을 내뿜습니다. 친구들이 보기에도 그런 모양입니다. 자타공인 자신감 충만이라고나 할까요.


9. 당신은 자신의 어떤 부분(들)을 지키고 싶다는 필요를 느끼시나요?

What part(s) of yourself do you feel the need to protect?

이 질문은 제 현재 상황과 깊게 맞닿아 있으니 말을 아끼겠습니다. 저는 순수한 사람이 되고 싶지만, 순진해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10. 당신이 사람들을 사랑할 때, 스스로도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What's your way of loving people the wrong way?

상대가 사랑을 원하지(필요로 하지) 않는 시기가 있을 텐데 그걸 눈치채지 못합니다. 종종 사랑하는 나에게 너무 빠져 있느라 바깥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11. 언젠가 나는 ________ 할 것입니다.

One day I will ________.

언젠가 나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겠습니다.


12.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끊고 싶은 삶의 패턴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What pattern do you want to break, even if you don't know how yet?

올라가고 내려가는, 기뻐하고 슬퍼하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그 모든 삶의 패턴이 지금보다 안정되면 좋겠어요. 20대 초반은 너무 헷갈리고 혼동스러운 시기였거든요.


13. 당신 자신에 대해 절대 잊고 싶지 않은 한 가지는 무엇인가요?

What's one thing about yourself you don't want to forget?

음악을 즐겨 듣는 사람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음악은 그 장르나 국적이 어떠하든 저를 신나게 하고 우울하게 하고, 친구이자 조력자가 되어줬으니까요. 누군가 제 음악 취향을 물으면 "트로트 빼고 모든 장르를 좋아해요"라고 말합니다. 이어서 왜 트로트는 빼냐고 묻는다면 "트로트를 즐기기엔 아직 어려서요"라고 답하고요.


14. 당신은 지금 어떤 것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키고 있나요?

What are you freeing yourself from?

바다라는 사람이 남기고 간 파랑에서 해방되려 애쓰고 있습니다. 지금도 넬의 '지구가 태양을 네 번'이 흘러나와 어렵긴 합니다. 또 빈 시간 동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서도 벗어나야 합니다. 방학이 한 달이나 흘렀으니 학업을 놓는 일 따위 이제 쉽게 할 수 있어야 할 텐데 말이죠. 생각난 김에〈나의 해방일지〉를 다시 시청해 봐야겠습니다.


15. 언젠가 꼭 감당해보고 싶은 책임은 무엇인가요?

What responsibility do you want to take on one day?

저는 유한한 인간으로서 제 몸 안에 갇힌 한계를 감사히 여기고 가능한 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습니다. 여성이니 가정을 꾸리고 아기를 낳는 일도 포함입니다. 언젠가 나를 닮은 생명을 잉태하고 기르며 내가 아는 모든 교육학 지식이 무너지는 경험, 그 사이 어려움을 이겨내는 책임도 꼭 감당해 보고 싶습니다. 그럼 참 좋겠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용실 큰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