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 본 적 없는 사람에게 여름 바다 설명하기

220729

by 베짱이 나

해안가에 도착한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후덥고 짠 내음에
튜브 파는 동네 슈퍼, 파라솔, 캠핑 텐트가 보이고
다닥다닥 늘어서서 주차 공간 찾는 차들의 열기가
다리 사이로 스쳐 지나면
바람에 나뒹구는 파란색 비닐 봉지, 그리고 나무젓가락 두 짝

모래사장에 쌓인 조개 껍질이 바스러지는 소리를 건너
구멍 주위로 동글동글한 진흙이 쌓인 바닥을 밟으며 지나가면
엄지 손톱만한 게는 놀라 구멍 안으로 재빠르게 숨어 버리고
따개비로 뒤덮인 까만 돌 위를 걷다가 기우뚱 미끄러지는 순간
닿는 생각보다 차가운 바닷물의 온도

발만 담그려 했다가 누군가의 도발에 머리 끝까지 젖어 버려
본격적으로 첨벙첨벙 물놀이가 시작되면
햇빛을 받아 손 끝에서 보석처럼 쏟아지는 물방울이
옆 사람의 머리카락에 대롱대롱 달리고
입에 들어간 바닷물은 당연하지만 생소한 짠맛

파란 하늘과 퍼런 바다가 만나 금이 간 직선 아래
넘실넘실 생겨나는 곡선의 너울에 몸을 맡기면서
두둥실 떠오르는 듯 가라앉는 듯 생사의 기로에 있다가
서둘러 두 발 디딜 곳을 찾는 생명 가득한 발버둥에
피어나는 메밀꽃처럼 새하얀 거품

화창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윤슬에 정신이 아득해지다
저 멀리 홀로 선 갈매기와 시작하는 외로운 눈싸움은
끝날 줄 모르는 더위와 허기짐을 불러오고
점점 얕아지는 물을 헤쳐 나오느라 점점 무거워지면서
원래의 색깔을 알아볼 수 없는 옷가지

삐걱삐걱 물에 젖은 슬리퍼를 살금살금 내딛어도
보란 듯 뒤꿈치에 흔적을 남기는 모래의 찝찝함은
샤워실 안 기분 좋은 차가움에 씻겨 내려가 개운함이 되고
다리의 물기를 몇 분만에 말려 버리는 여름볕의 따사로움을 피해
커다란 우산이 만든 그늘색의 기다란 방패 아래선
슬금슬금 돗자리에 올라올 기미만 엿보는 개미의 절실함과
벌레 한 마리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부채 든 어머니의 결연함이
바람막이 대신 세운 버너 상자의 불안한 흔들림 뒤에 숨어
부글거리는 물 소리를 따라 풍겨오는 얼큰한 라면 냄새

몸값 오른 슈퍼 과자를 모른 척 집어드는 아버지의 다정함은
얼얼한 혀 끝을 달래는 달달함과 고소함이 되어
부른 배를 두드리는 베짱이의 가사 없는 흥얼거림을 따라
돌아오는 차 안 살짝 지친 눈꺼풀 위로 건듯건듯 불어오는
에어컨 바람의 서늘함까지 나에게는 모두, 여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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