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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Dec 10. 2022

동백꽃 이야기 /동백아가씨와 선운사 동백의 추억

오늘의 탄생화 

12월 10일 탄생화 빨강 동백이다.


국민학교 3학년 어느 날.

이미자의 "동백아가씨"가 내가 사는 도시에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상륙했다.


"헤일 수없이 수많은 밤을...."


으로 시작되는 그 노래를 유행가라며 학교에서나 어른들은 부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내 또래의 아이들은 물론 내 동생들까지 따라 불렀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뜻도 잘 모르는 그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나는 동백 아가씨를 생각했고 동백꽃이 과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나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고 싶어요.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6남매를 키우시느라 우리 부모님이 내 말을 들어줄 만큼 한가하지도 여우가 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동백꽃에 대한 궁금증은 내 가슴에 각인된 채, 세상이 정해놓은 일정에 따라 숨 가쁘게 성인이 되었다. 학교라는 굴레를 벗어나 직장인이 되었을 때였다.


송창식 / 선운사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송창식의 "선운사"라는 노래를 접하면서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동백꽃에 대한 짝사랑이 시작되었다.

대체 동백꽃이 어떻게 생겼길래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이라는 멋진 표현을 하였을까?


30여 년 전 이른 봄

모처럼 큰 맘으로 선운사로 혼자만의 여행을 떠났다.


승용차가 없던 때라 대중교통을 이용해 선운사가 있는 고창까지 가는 일은 힘들었지만 동백꽃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기꺼이 감내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선운사 동백은 아직 피지 않았고 개구리 떼의 울음소리만 한 아름 안고 돌아와야만 했다.


「선운사 동구」/ 서정주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었습니다.
그것도 목이 쉬어 남었습니다.


미당 선생은 동백꽃 대신 막걸릿집 여자의 목이 쉰 육자배기 가락만 남았다고 했지만

육자배기 자락은커녕 애타게 짝을 찾는 목쉰 개구리 떼의 구슬픈 소리만 숙제처럼 떠안고 왔던 것이다.


물론 동백꽃을 못 본 것은 아니다. 

나는 자연 그대로의 동백꽃이 보고 싶었던 것이다.


화분 속 동백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동백꽃을 이미자와 송창식의 노래와 

미당 선생이 그의 시에서 언급했던


그 동백꽃을 몇 년 전 섬진강 강가에서 만났다.

남쪽 지방이라 그런지 곳곳에 붉디붉은 동백꽃이 피어있다.

단아하고 아름답고

기품 있는 그 동백꽃....


벚꽃 구경을 갔었던 내게 뜻밖의 횡재가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화개 장터 뒤쪽 농가에 피어있는 동백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그 집에 사는 순박한 어린아이의 눈망울을 담뿍 담은 동백꽃!


지는 모습도 늠름하면서도 고귀하다.

한 잎 두 잎 꽃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송이 째 뚝뚝

그야말로 눈물처럼 떨어진다.


그래서 송창식은 "눈물처럼 후두득 지는 꽃"이라고 했나 보다.

동백나무에 관한 전설


아름다운 동백꽃에 대한 전설을 찾아보니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른 전설이 있길래 여기에 옮겨본다.

1. 여수 오동도


오동도에 귀양 온 한 쌍의 부부가 있었다. 부부는 땅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바다에 나가 고기잡이를 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편이 고기잡이를 나간 사이에 집에 도둑이 들었다.


도둑들은 집안에 있는 금품을 빼앗고, 아내를 탐하려 하자, 아내는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하지만 도둑들에게 잡히게 되자, 아내는 순결을 지키기 위해 남편이 고기잡이하러 나간 바다가 보이는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말았다. 날이 저물자 고기잡이에서 돌아온 남편은 피를 흘린 채 죽어있는 아내를 발견하고 정성을 다해 오동도 정상에 아내를 묻었다. 그 후 아내의 무덤에는 여인의 선혈처럼 붉디붉은 꽃이 피는 동백과 여인의 절개와 같은 신우대가 자라났다는 전설이 생겼다.


2. 충남 서천군 마량면에 있는 동백림(천연기념물 제169호)


충남 서천군의 동백나무숲의 전설에 따르면 지금부터 약 300여 년 전 마양첨사는 꿈에 꽃 뭉치가 바닷가에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꽃을 번식시키면 이 마을에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시를 받았다. 다음날 아침 바닷가에 가 보았더니 동백꽃이 둥실둥실 물 위에 떠 있었다고 한다. 그 관리는 그 꽃을 가져다 심었고, 그곳이 바로 마량면에 있는 동백림이다.


3. 울릉도 동백 전설


울릉도 어느 마을에 금슬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남편이 육지에 볼일이 있어서 배를 타고 육지로 가게 되었다.


하루 이틀 지나가고 남편이 돌아온다던 그날이 다가왔지만, 남편은 돌아오지 않았다.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남편은 돌아올 줄을 몰랐다.


기다림에 지친 아내는 마침내 자리에 드러눕게 되었고 이웃사람들이 정성껏 보살폈지만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숨을 거두면서 아내는 말했다.


"내가 죽거든 부디 남편이 타고 돌아오는 배가 보이는 곳에 묻어 주세요."


마을 사람들은 죽은 여인의 넋을 바닷가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장사를 치르고 돌아와 보니 그 집 앞뜰에 있는 후박나무에 수없이 많은 흑비둘기 떼가 날아들어 우는데

그 우는소리가


"아이 답답해. 열흘만 더 기다리지

넉넉잡아 열흘이면 온다. 남편이 온다.

죽은 사람 불쌍해라.

원수야. 원수야, 열흘만 더 일찍 오지 넉넉잡아서...."


라고 하는 것처럼 들려 마을 사람들은 기이하게 생각하였다.

그날 저녁에 육지로 떠났던 남편이 배를 타고 돌아왔다.


남편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아내의 죽음을 전해 듣고는 느 무덤으로 달려가 목놓아 울었다.


"왜 죽었나, 1년도 못 참더냐

열흘만 참았으면 백년해로하는 것을...

원수로다. 원수로다. 저 흰 바다 원수로다

몸이야 갈지라도 넋이야 두고 가소

불쌍하고 가련하지."


남편은 아내 생각에 매일같이 무덤에 와서 슬프게 울다가 돌아가곤 하였는데, 어느 날 실컷 울고 돌아서려는데 아내의 무덤 위에 전에 못 보던 조그마한 나무가 나 있고 그 나뭇가지에 빨간 꽃이 피어 있었다.


그렇게 피어난 꽃은 하얀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고 피어있었다.

이 꽃이 바로 지금 울릉도 전역에 걸쳐 살고 있는 동백꽃이라고 한다.


4. 서해안 대청도 동백 전설


폭풍이 심하게 몰아치던 어느 날 한 청년이 파도에 휩쓸려 이 섬에 들어오게 되었다. 청년은 자신을 정성스럽게 간호를 해 준 대청도 처녀 덕분에 기력을 차리게 되었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두 사람은 결혼을 하였고 비록 가난했지만 열심히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다.


그렇게 행복한 생활을 보내던 중 밤마다 꿈속에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보이는지라 걱정이 되어 고향에 다녀오기로 했다.


"꿈속에 부모님이 자주 보여 몹시 걱정이 되니 내 금방 다녀오겠소."

"조심해서 얼른 다녀오세요.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어요."


남편의 고향에 동백꽃이 많다는 말을 들은 아내는 남편에게 돌아올 때 동백꽃 씨앗을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다. 동백기름으로 곱게 단장한 자신의 모습을 남편에게 보여주고 싶은 소박한 마음에서였다.


그렇게 약속을 하고 떠난 남편은 날이 가고 달이 가고 또 해가 바뀌어도 돌아오지 않았다. 동네 사람들은 그가 고향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해 살고 있을 거라고 수군거렸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을 믿고 기다렸다. 날마다 아내는 바닷가로 나가서 먼 수평선을 바라보며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노래를 흥얼거리며 슬픔을 달랬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친 아내는 결국 병이 나고 말았다. 시름시름 앓던 아내는 마침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남편은 부모님을 두고 차마 혼자 떠나올 수가 없어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어느새 2년이 흘렀던 것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동백 꽃씨를 주머니 가득 담아 가지고 남편은 대청도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내가 열흘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한 남편은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을 느꼈다.


남편은 아내의 무덤 앞에서 통곡을 했다. 남편이 무덤에 엎드리는 순간, 주머니에 있던 동백꽃 씨가 후드득 쏟아졌다.


이듬해 아내의 무덤가에는 동백나무가 싹을 틔웠고, 아내의 그리움을 토해내듯 해마다 이른 봄이면 붉디붉은 동백꽃이 피어났다고 전해진다.

빨강 동백꽃의 꽃말은 '고결한 이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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