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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야 Mar 21. 2023

수레국화와『수레바퀴 아래서』/ 수레국화 전설과 꽃말

가야의 꽃이야기 

수레국화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라는 책 때문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고 나는 헤세를 사랑하게 되었다. 시처럼 반짝이는 언어와 주인공의 섬세한 심리묘사에 나는 깊이 빠져들었고, 그다음으로 읽은 책이『수레바퀴 아래서』였다. 주인공 한스 기벤라트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갈등 어른들의 막연한 기대로 인해 겪을 수밖에 없는 두려움과 번민에 깊이 동조하면서 그런 한스를 부러워했었다.


한스에게 있는 아버지가 내게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애초 상급학교 진학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일이기도 했다. 중학교 입학시험에 합격하기 전까지 내가 중학생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 지방 명문이었던 중학교에 합격을 하자 오빠가 강력하게 내 입학을 주장했다. 나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자신도 학교에 다니지 않겠다는 엄청난 선언을 한 것이다. 나는 그런 오빠 덕분에 중학생이 될 수가 있었다.


2학년이 되자 서울로 진학할 아이들과 지방에 넘어 상급학교에 진학할 아이들로 자연스럽게 나눠졌다. 학교의 특성상 상급학교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그 예외의 학생 대기 명단에 내가 있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엄마나 외삼촌 말처럼 공장에 취직을 하거나, 운 좋게 학교를 다닌다고 해도 내가 원하지 않는 여상에 진학할 것이 뻔했다. 슬프게도 내 몇 안 되는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로 진학할 예정이었다. 서울에 진학을 한다는 것은 공부는 물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친구들은 우리 집안 형편을 잘 몰랐고 내가 자신들과 달리 진학마저 어렵다는 사실은 더더욱 알지 못했다. 그때의 암울했던 기억, 내 청소년기는 너무 슬프고 처량하기까지 하다. 그 슬픔을 잊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책이었다. 친구들이 상급학교 진학을 위해 과외를 할 때 나는 도서관에서 소설책을 읽었다. 그런 내 성적이 좋지 못했던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월이 흘렀고 나는 여상을 다니지 않았고 공부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리고 헤세도 『데미안』도 『수레바퀴 아래서』도 까맣게 잊고 살았다.


꽃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수레국화를 알게 되었다. 수레국화란 이름을 듣는 순간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가 생각났고 그 책을 읽었을 때의 감동이 밀려왔다.


망설이지 않고 수레국화 씨를 구해 화단에 뿌린 것은 2018년 가을이었다. 8월 말쯤에 파종한 씨앗은 10월 초순쯤 발아를 했고 그 해 겨울 화단에서 추운 겨울을 났다.


이듬해 봄이 되자 수레국화 싹은 성장을 계속하였다. 문제는 수레국화의 줄기가 가늘고 연약해 잘 쓰러졌다.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비가 조금만 와도 부러지거나 수레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픽픽 쓰러져 나를 속상하게 했다.


수레국화와 함께 발아한 안개꽃과 꽃 양귀비도 연약하기는 수레국화와 별반 다르지 않아 이 들의 주위에 빙 둘러 지지대를 세워 넘어지지 않게 묶어줘야 했다.


드디어 기다렸던 수레국화가 꽃을 피웠다. 안개꽃과 꽃 양귀비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났다. 청색의 수레국화는 마음을 서늘하게 하는 그런 묘한 힘이 있었다. 수레국화를 따라 덩달아 키를 키운 안개꽃이 피어 수레국화는 한층 더 돋보였다.


그렇게 5월 내내 나를 기쁘게 해 주던 수레국화와 안개꽃은 시들고 말았다. 이듬해 봄 수레국화는 더 많은 싹을 틔웠고 무성하게 자라 수많은 꽃을 피웠다. 그러나 비가 몹시 온 다음 날 수레국화가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쓰러져 버렸다. 쓰러지면서 부러진 줄기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줄기를 모두 잘라버렸다. 그러고는 화단의 가장 한지 인 구석자리로 옮겨버렸다. 그랬더니 지난번 샤스타데이지처럼 죽어버리고 말았다. 몹시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수레국화꽃을 볼 수 없다는 슬픔은 생각보다 커서 다시 씨를 사다 심어야 하나를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샤스타데이지가 그랬던 것처럼 화단 이곳저곳에 수레국화가 자연 발아를 한 것이다. 너무나 고맙고 또 고마웠다. 수레국화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 얼마큼 자랐을 때 윗부분을 싹둑 잘라주었다. 웃자라지 않게 하기 위해...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 쑥쑥 자란 수레국화는 방황하는 소년처럼 늘 비틀거린다. 잠시 지나가가 스치기만 해도 투정하는 아이처럼 쓰러져 버린다. 그러더니 며칠 전부터 하나 둘 청색의 수레국화가 피기 시작했다.


근처 유치원에 있는 수레국화는 줄기와 잎이 짱짱한 것으로 보아, 우리 화단의 특성상 수국이 많아 물을 자주 주기 때문에 웃자라는가 보다. 건조하게 키워야 하는데....


화단 앞쪽에 자연 발아한 수레국화는 뜻밖에 분홍색이다.


꽃을 크게 확대해서 보니 둥글게 보이는 꽃잎이 하나하나 모두 한 송이 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림잡아 세어봐도 20여 송이도 넘는 꽃들이 빙 둘러 피어있다.


수레국화[ cornflower ]


학명이 Centaurea cyanus인 수레국화는 원산지가 유럽 동부와 남부로 주로 관상용으로 가꾸는 원예식물이다. 높이 30∼90cm이고 가지가 다소 갈라지며 흰 솜털로 덮여 있다. 잎은 어긋나고 밑부분은 거꾸로 세운 듯한 바소꼴이며 깃처럼 깊게 갈라지지만 윗부분의 것은 줄 모양이며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꽃은 여름에서 가을까지 피지만 온실에서 가꾼 것은 봄에도 핀다. 두화(頭花)는 가지와 원줄기 끝에 1개씩 달리고 많은 품종이 있으며 색깔이 다양하다. 꽃 전체의 형태는 방사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모두 관상화이지만 가장자리의 것은 크기 때문에 설상화같이 보인다. 총포 조각은 4줄로 배열하며 날카롭고 긴 타원형 또는 타원형 줄 모양으로 가장자리는 파란색을 띤다. 독일의 국화(國花)이다.


자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수레국화 [cornflower]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수레국화 전설


반인반마(半人半馬)인 켄타우루스 종족 중 최고의 현자로 일컫는 '케이론'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스승이다. 아킬레우스를 비롯한 이아손과 헤라클레스는 그의 제자였다. 케이론의 아버지는 시간의 신인 '크로노스'였기 때문에 그는 불사의 몸을 가진 최고의 존재였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는 숲에서 멧돼지 사냥을 하다 마음이 착한 켄타우루스 족의 폴로스를 만났다. 폴로스는 헤라클레스를 자신의 동굴로 데려가 극진히 대접을 하면서도 켄타우루스 공동 소유인 동굴 속 신성한 포도주는 헤라클레스에게 주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폴로스에게 포도주를 한 잔만 마셔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마음이 여린 폴로스는 헤라클레스의 거듭되는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포도주 항아리를 헤라클레스에게 건네주었다.


그러나 한 잔만 마시겠다던 헤라클레스가 연거푸 포도주를 마시자 포도주 향이 동굴 밖으로 퍼져 나갔고 둥글밖에 있던 켄타우루스들은 포도주 항아리째 포도주를 마시는 헤라클레스를 보게 되었다. 화가 난 켄타우루스들은 포도주를 빼앗기 위해 헤라클레스에게 달려들었다.


그러자 헤라클레스의 몸 안에 잠재해 있던 헤라의 저주인 광기(狂氣)가 되살아나 미친 듯이 활로 켄타우루스들을 쏘아 죽이기 시작했다. 그의 활에는 히드라의 독이 묻어있어 화살을 맞은 자는 죽음을 피할 수 없었다. 켄타우루스들은 도망치기 시작하여 케이론이 있는 곳까지 이르렀다. 헤라클레스가 켄타우루스를 향해 쏜 화살은 케이론의 몸에 맞고 말았다. 케이론은 불사의 몸이었지만 히드라의 독에 의한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뒤늦게 자신이 쏜 화살을 스승인 케이론이 맞았다는 사실을 안 헤라클레스는 괴로워하며 그를 살리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케이론은 제우스에게 제발 죽을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이를 불쌍히 여긴 제우스는 그의 목숨을 프로메테우스에게 주고, 케이론은 마침내 죽을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케이론은 하늘에 올라가 사수자리 별이 되었으며, 그의 제자들이 아르고호를 타고 바다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활과 화살로 방향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케이론이 죽은 자리에서 꽃이 피었는데 그 꽃이 바로 수레국화라고 한다.


또 다른 설에 의하면 케이론 히드라의 독으로 쓰러져 있을 때 제우스가 '네가 사랑하는 꽃으로 치유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듣고 케이론이 수레국화를 따서 뿌렸더니 히드라의 독이 사라졌다는 설도 전해진다.


독일 국화(國花)의 유래 


나폴레옹이 프로이센을 공격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프로이센의 루이제 왕비는 아이들을 데리고 베를린을 탈출했다. 왕비는 수레국화가 피어 있는 들판에 아이들을 숨기고 그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수레국화로 왕관을 만들어 씌워주었다.


이 아이들 중 하나가 훗날 빌헬름 황제가 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친숙했던 수레국화는 황제의 사랑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수레국화꽃이 프로이센 군대 제복과 같은 색이었기 때문에 국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 1871년 독일이 통일되자 수레국화는 독일을 상징하는 국화가 되었다고 한다.

수레국화의 꽃말은 '행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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