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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의 여행일기 –첫 번째 페이지

by 가야

빗방울의 여행일기 1


구름 속은 생각보다 꽤 조용해요.
몽글몽글한 수증기 친구들과 함께
나는 하늘 어딘가에 둥글게 말려 있었죠.


가끔은 햇살이 들어와 우리를 간질이고,
가끔은 바람이 장난을 치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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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나는,
세상을 내려다보며


"언젠가 나도 저 아래로 가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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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는 강으로,
어떤 친구는 나뭇잎 위로,
또 어떤 친구는 사람의 눈물 속으로 떨어졌대요.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날이 왔어요.


하늘은 무거워졌고,
나는 조용히 몸을 말고
둥글게 둥글게 작아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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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하고,
세상으로 떨어졌어요.


첫 느낌은 시원했어요.


바람을 타고
새의 깃털을 스치고,
차창에 툭 부딪히며
나는 내 첫 번째 발자국을 찍었죠.


사람들이 우산을 펼치고
창밖을 바라볼 때,


나는 그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여행자가 되었어요.


어떤 꽃잎은 나를 반겼고,
어떤 강물은 나를 삼켜 흐르고,


어떤 아이는 나를 손등에 받아
살짝 미소 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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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게 너무 좋아서,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구름 친구들에게 편지를 쓸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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