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그날 아침,
햇살보다 먼저 문을 연 건 창가에 놓인 한 송이 장미였습니다.
그 장미는 눈보다 먼저, 내 기억을 깨웠습니다.
그 향기는 참 이상했어요.
지금 내 방에 피어 있지만,
나는 어느새 오래된 여름날의 정원에 서 있었으니까요.
향기는 코를 거쳐 뇌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 길은 감각을 넘어, 감정을 지나, 기억에 도착하죠.
"향기 자극은 해마와 편도체로 직접 전달되어 기억을 활성화시킨다."
– 하버드대 연구 기사, 2020
장미 향을 맡을 때마다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당신의 뇌가
그 기억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었다는 증거일지도요.
누군가는 장미 향을 ‘고전적’이라 말하고,
또 누군가는 ‘강렬하다’ 고도하죠.
하지만 나는,
장미 향을 기억의 언어라 부르고 싶습니다.
기쁨도, 슬픔도,
어쩌면 사랑도,
모두 그 안에 녹아 있으니까요.
그 향이 데려다주는 모든 순간을.
지금,
당신 곁에 피어 있는 장미 한 송이.
그 향기를 맡고 눈을 감으면,
당신은 누구를 떠올리시나요?
“가야의 꽃이야기” 시리즈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