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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으로 여는 아침 – 할미꽃 편

가야의 꽃이야기

by 가야

할미꽃- 봄날, 고개 숙인 위로


할미꽃의 꽃말


바람에 흔들리는 자줏빛 꽃잎은

마치 등을 굽힌 노모의 뒷모습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할미꽃 꽃말은 ‘공경’과 ‘은혜’,

그리고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는 ‘슬픈 추억’입니다.


고개를 들어도 좋을 봄날,
그녀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푸른수목원 산책길,


잔잔한 바람 속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붉은 자줏빛 꽃잎을 오므린 할미꽃이었다.


수북한 솜털에 둘러싸인 채,
그녀는 어떤 슬픔을 껴안고 있는 걸까.

2025년 4월 19일 / 푸른수목원


그저 작고 수줍은 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꽃엔 오래된 전설이 스며 있다.


기다리다 지친 여인의 마음,
이루지 못한 사랑의 끝,
그리고 세월이 남긴 눈부신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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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4일 푸른수목원

꽃이 진 뒤 흩날리는 하얀 씨앗털은
마치 늙은 어머니의 흰 머리카락 같아서
‘할미꽃’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할미꽃은 봄의 초입에 피지만
어쩐지 늘 이별의 끝자락에 선 것처럼 보인다.

그럼에도 묵묵히,
햇살을 받아주고, 바람에 흔들리며,
자신의 시간을 껴안는 모습.


그 모습이,
봄의 따뜻함만큼이나
깊고 긴 위로로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피었다.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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