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이야기
어느 날, 서울식물원을 걷다 노란 나비 떼 같은 꽃과 마주쳤다.
가늘고 단단한 가지에 매달린 노란 꽃잎들이,
햇살을 끌어안고 조용히 속삭이는 듯했다.
그 이름은 ‘골담초(骨擔草)’.
뼈를 든든히 한다는 뜻을 품은 이름.
말 한마디만 들어도, 오래된 약초 같은 느낌이 든다.
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꽂은 지팡이가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
그 지팡이에서 자란 나무가 골담초였다는 전설이 경북 부석사에 전해진다.
정말이지, 무언가를 꿋꿋하게 버티며 살아낸 나무 같은 인상이다.
그래서일까. 골담초는 봄바람 속에서도 조용히, 단단하게 피어 있다.
누구에게도 요란하지 않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그 노란빛을 오래 바라보다 보니
괜스레 마음이 편안해지고,
마치 오래된 이야기 속 누군가가
등을 토닥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날 이후로, 봄의 꽃들을 볼 때
내가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름은
장미도, 진달래도 아닌—
노란 나비 같은 골담초다.
서울식물원에서 2025년 4월 촬영한 골담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