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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의 망사 - 망태버섯

가야의 버섯이야기

by 가야

♣ 요정의 망사 치마가 북한산에 떨어졌다

– 죽손균, 망태버섯 이야기


숲길을 걷던 어느 여름날,
낙엽이 쌓인 흙 위에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습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노란 그물, 아니—누군가 벗어두고 간 망사 치마 같았습니다.


햇살을 머금은 그 치맛자락은 너무도 가볍고 섬세해서,
혹시 요정이 숲에서 무도회를 마치고
허겁지겁 돌아가다 놓고 간 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그 정체는 ‘망태버섯’.
이름도, 모양도,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버섯이었지요.


♣ 망태버섯이란?

망태버섯(Phallus indusiatus)은
담자균류 광대버섯과에 속하는 야생 버섯으로,
여름철 고온다습한 날씨 속 습한 숲 속에서 드물게 자랍니다.


이 버섯의 가장 큰 특징은
버섯갓 아래에서 퍼져 나오는 노란 그물망.
마치 망태(그물주머니)처럼 생긴 이 구조물을 '인두시움(indusium)'이라고 부르며,
생김새 때문에 ‘망태버섯’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갓 부분에서는 특유의 썩은 냄새가 나며, 이는 파리 등의 곤충을 유인해
포자를 몸에 묻혀 퍼뜨리게 하는 독특한 번식 전략이기도 하지요.


♣ 다른 나라에서는?

중국에서는 망태버섯을 **‘죽손균(竹笋菌)’**이라 부릅니다.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대나무의 순(죽순)처럼 생긴 버섯’이라는 뜻인데,
이는 이 버섯이 어린 시절 달걀 모양의 형태로 자랄 때
죽순을 닮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버섯은 실제로 대나무 숲 인근의 습한 환경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죽순 모양’과 ‘대나무 숲의 버섯’이라는 이중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중국에서는 이를 말려서 고급 식재료로 활용하기도 하며,
탕이나 볶음에 넣어 독특한 식감을 즐긴다고 해요.

밴드 이웃인 주경 님이 북한산 숨은벽 산행 중에 만난 망태버섯

♣ 한국에서도 자생하나요?


네, 망태버섯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연 상태에서 자생합니다.


북한산, 지리산, 속리산, 제주도 등지의 낙엽 많은 숲,
특히 비가 온 다음 날 습기가 가득할 때 간혹 모습을 드러냅니다.


단, 발아 속도가 빠르고 수명이 짧아
그 모습을 포착하는 일이 흔치 않기 때문에
이러한 장면은 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작은 정리

망태버섯은 한국어 이름이고, 중국에서는 ‘죽손균(竹笋菌)’이라 부릅니다.
학명은 Phallus indusiatus이며, 담자균류 광대버섯과에 속하지요.


이 버섯은 썩은 냄새를 풍겨 곤충을 유인하고, 그 곤충을 통해 포자를 퍼뜨리는 독특한 번식 방식을 가집니다.


서식지는 주로 고온다습한 여름철의 숲 속, 낙엽층이 많은 곳이며,
우리나라에서는 북한산, 지리산, 속리산, 제주도 등지에서 드물게 발견됩니다.


세계적으로는 중국,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지에 분포합니다.

중국과 일부 열대 지역에서는 이 버섯의 알 상태(란균체)를 식용으로 활용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관찰과 감상용으로 여겨집니다.

보태니컬 그림 망태버섯 / 작가 이준용

♣ 자연이 빚은 조각


망태버섯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몇 시간 만에 자라나고, 곧 시들어 사라지지요.


하지만 그 찰나의 장면은 문득 사람의 마음을 붙잡습니다.


자연이 건네는 이야기는 늘 그렇게,
우연처럼 찾아왔다가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곤 합니다.


당신의 오늘 하루에도
그런 조용한 기적 하나가 찾아들기를 바라며—

흰망태버섯




참고로,

**망태버섯(Dictyophora indusiata)**은 한자어로 **죽손균(竹笋菌)**이라 불립니다.

여기서 ‘손(笋)’은 ‘죽순’(대나무의 어린 싹)을 뜻하는 옛 한자 표기예요.

즉, ‘죽손균’은 ‘죽순처럼 생긴 버섯’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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