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그늘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햇빛은 풍성하고, 공기는 점점 여름을 닮아가고,
담장 너머 조용히 피어난 꽃 하나가 눈길을 끕니다.
하얀 꽃이 피고,
그 자리에 시간이 머물면 노란 꽃이 됩니다.
그리고 둘은 나란히, 한 송이처럼 어깨를 맞대고 그 여름을 견딥니다.
그 꽃의 이름은 ‘인동(忍冬)’.
‘인동(忍冬)’이라는 이름은
겨울을 견디는 덩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식물은 한겨울에도 잎이 떨어지지 않고,
그 추위를 견뎌내며 봄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여름 문턱이 되면,
인동덩굴은 은은한 향기를 품은 작은 꽃을 피워냅니다.
처음엔 하얗고, 시간이 흐르면 노랗게 바래지요.
두 가지 색이 함께 피어 있는 모습은
마치 첫 만남과 오랜 기다림이 한 곳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인동은 ‘사랑의 인내’, ‘우정’, ‘변치 않는 마음’을 상징합니다.
하얀 꽃은 이제 막 시작된 마음,
노란 꽃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한 마음.
이 꽃은 말이 없지만,
그 색으로, 향기로, 덩굴로
오래도록 한 사람을 향한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를 오래 기다려본 사람이라면,
이 꽃이 얼마나 많은 말을 품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한방에서는 인동의 꽃을 금은화(金銀花)라고 부릅니다.
노란 꽃은 ‘금’, 하얀 꽃은 ‘은’.
그 아름다운 색감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오래도록 몸을 치유하는 약재로도 사랑받아 왔습니다.
은은한 향기, 벌과 나비를 부르는 꿀기운,
그리고 몸을 덥히는 따뜻한 차 한 잔.
인동은 꽃 그 이상의 선물이 되어
사람들의 곁을 지켜왔습니다.
어릴 적, 시골 마당 담벼락을 덮던 인동덩굴이 떠오릅니다.
그 아래서 바람을 피하던 강아지,
꽃을 따 꿀을 맛보던 아이들,
그리고 누구보다 오래 그곳을 지켜보던 어머니의 손길.
인동은 한 사람의 마음을 오래도록 감싸주는 덩굴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기다리는 꽃입니다.
“사랑은 때때로 말이 아니라,
담장을 덮는 그늘이 되어 곁을 지켜주는 것.”
6월 30일, 오늘의 탄생화는 인동입니다.
지나간 계절을 품고, 다음 계절을 기다리는 덩굴꽃.
우리의 마음도 그렇게,
누군가를 향해 한 뼘 더 다가가는 하루이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