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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덕유산 칠연계곡 – 태초의 자연의 소리

가야의 글

by 가야

무주 덕유산 칠연계곡 – 태초의 자연의 소리


작년 여름, 나는 어릴 적 어머니와 외삼촌이 뛰놀았다는
덕유산 골짜기의 숨결을 직접 느껴보고 싶어
동생과 함께 칠연계곡을 찾았습니다.

동이 트기 전, 고요한 숲길을 따라 계곡 안으로 들어갔을 때—
세상은 마치 멈춘 듯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들리는 건 오직, 흐르는 물소리와 새소리.
그러나 그 고요는 아름다움을 넘어 기묘한 두려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무서움을 타지 않는 나조차
그 적막 속에서 처음으로 생경한 떨림을 느꼈습니다.


자연의 힘, 시간의 깊이, 그리고 잊혀진 기억들이
그 숲과 함께 숨 쉬고 있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그 새벽의 공기,
그 순간의 고요함과 두려움, 그리고 경이로움을 담은 기록입니다.



무주 덕유산 칠연계곡

촬영 시기: 2024년 여름 새벽


잠시 모든 소음을 내려놓고,
태초의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그리고 언젠가, 이 계곡에서 들려온 이야기…

도깨비 아씨와 아기사슴 계륵의 전설은

바로 이곳, 이 새벽의 숲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아마 나는 이곳 무주에 한 달쯤 머물며


그분의 어린 시절을 따라 걷고,
외삼촌들과 함께 덕유산을 오르내렸을 것입니다.


그때 들었어야 할 수많은 이야기들,
그때 남겼어야 할 풍경과 목소리들은
이제 제 기억 속 빈자리로만 남았습니다.

그래서 이 영상은,
지키지 못한 약속 앞에서의 조용한 사과이며,


그 기억들을 잊지 않으려는
저만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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