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초록 풍선 안에 담긴 마음 — 풍선초와 나의 여름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초록 풍선 안에 담긴 마음

— 풍선초와 나의 여름


여름 어느 날, 작고 하얀 꽃이 피었다.


지나가다 보면 모를 수도 있을 만큼 작고 소박한 꽃.


하지만 며칠 뒤, 그 자리에 마치 공기처럼 가벼운
연둣빛 풍선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나는 그 이름을 알았다.


풍선초.

바람이 불면 이 풍선들은 살랑살랑 흔들린다.


어떤 건 아직 푸르고, 어떤 건 갈색으로 바스러지려 한다.
손끝으로 살짝 만져보면 부스스한 소리와 함께 작은 씨앗이 손바닥에 떨어진다.


그 검은 씨앗 한가운데,
선명한 하트 무늬가 새겨져 있다.


누가 그랬다.


“이건 마음이야.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약속을 잊지 않겠다는 마음,
그리고 응원하는 마음.”


풍선초는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 몸 안에 그런 하트를 품은 씨앗을 조용히 준비할 뿐이다.


나는 가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많이 드러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조용한 응원이 되는 사람.
손에 닿지 않아도 그저 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로가 되는 사람.


마음이라는 건 원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말을 만들고, 이야기를 붙인다.


하지만 풍선초는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된다.
씨앗 하나로 충분히 보여주니까.


올여름, 내 작은 화분에 풍선초가 자란다.
정말이지 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덩굴이 줄을 타고 오르고,
꽃이 지고, 풍선이 열리고,
마음 같은 씨앗이 태어난다.


그것만으로도 이 여름은, 참 따뜻하다.

풍선초의 꽃말

희망 · 응원 · 잊지 않겠다는 약속


https://youtu.be/pmhRDObbnFI?si=FG8xlUp9SAi1p0lI


#풍선초 #하트씨앗 #여름식물 #식물에세이 #조용한 응원 #마음의 씨앗 #브런치에세이 #식물이야기

keyword
작가의 이전글창가에 피어난 결심 — 제라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