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아침 햇살이 흘러드는 창가,
커튼 사이로 조용히 바람이 들고,
그 끝에서 피어난 한 송이 붉은 꽃.
제라늄이다.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아니라,
오히려 바람을 붙잡는 꽃.
그 조용한 단호함이, 마치 오래된 편지처럼 마음을 건드린다.
누군가의 결심이었을까. 아니면, 아주 오래 전의 고백이었을까.
제라늄은 신화에 등장하지 않는다.
고대 그리스의 신들은 이 꽃을 몰랐고,
로마의 여신들 또한 이름조차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의 어느 귀퉁이, 아직 바람의 말이 들리던 시절.
이국에서 건너온 붉은 꽃은 사람들 사이에 이런 전설을 남겼다.
“저 꽃은 하늘에서 떨어졌대요.”
“천사가 창가에 꽂아놓은 거래요.”
처음 남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옮겨온 제라늄은
그 생김새도, 향도, 어디 하나 낯설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은 자연스레 상상했다.
하늘에서 온 꽃, 천국의 정원을 닮은 그 무엇이라고.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사람들은 마음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꽃을 들었다.
꽃은 하나의 언어였고, 감정은 꽃잎에 묻어 보냈다.
빨간 제라늄은 조용히 말해주었다.
“나의 진심은 여기에 있어요.”
흰 제라늄은 깨끗한 마음을,
분홍 제라늄은 다정한 눈빛을 대신 전했다.
편지지에 살짝 끼운 제라늄 꽃잎 하나.
그 작은 붉음이 누군가에겐
고백이었고, 위로였고, 결심이었다.
어느 날, 마호멧은 기도를 마친 뒤 셔츠를 햇볕 아래 널어두었다.
그가 벗어 둔 옷이 놓인 자리에, 조용히 한 줄기 풀이 돋아나더니
곧 작은 꽃을 피워 올렸다.
사람들은 그 꽃을 신의 축복이라 여겼고,
그날 이후, 그 풀이 피운 꽃을 ‘제라늄’이라 불렀다고 한다.
햇빛 아래 널린 셔츠 위로 스며든 평온함,
기도 후의 고요한 숨결이 스며든 자리에서 피어난 꽃.
제라늄은 그렇게, 평범한 일상의 순간 속에 깃든
작은 기적이 되었다.
헨리 제임스의 『워싱턴 스퀘어』에서
창가에 놓인 제라늄은 주인공의 고요한 삶을 비춘다.
한마디 말보다 묵직한 존재감.
침묵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는 사람의 심장을 닮은 꽃.
또한 미국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창가에도
언제나 제라늄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그녀는 말을 아끼고, 시로 마음을 숨긴 사람이었다.
그런 그녀가 사랑한 꽃이 바로,
햇살 한 줄기와 바람에 반응하는 제라늄이었다니.
묘하게 닮았지 않은가.
제라늄은 화려하지 않다.
눈에 띄지도, 향이 강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것은, 조용한 단단함이다.
창가에서 피는 제라늄은
혼자 있는 사람의 벗이 된다.
말없이 다짐하고, 말없이 자라는,
그런 존재.
우리는 때때로 그런 꽃이 필요하다.
대단한 위로보다,
내 안의 결심을 지켜내는 조용한 꽃.
7월 27일의 탄생화는 제라늄이다.
오늘 당신의 하루가 다정하길 바란다.
어떤 말도 없이,
창가에서 피는 제라늄처럼
자신을 지켜가는 당신의 결심을 응원한다.
https://youtu.be/1QUhZPbIxy0?si=B1Z0rFZbaVtV9_B7
#제라늄 #꽃으로 읽는 하루 #브런치에세이 #꽃말 #결심의 꽃 #에밀리디킨슨 #빅토리아시대꽃말 #오늘의 탄생화 #창가에 피어난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