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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골드 - 기억의 정원에 피어난 햇살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메리골드, 기억의 정원에 피어난 햇살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던 어느 오후,
낯익은 정원 한켠에서 노랗고 주황빛 꽃무리가 살랑거렸습니다.


바람이 스쳐 가면 작은 종소리라도 날 것 같은,
그 가벼운 꽃잎들이 메리골드라는 이름으로 피어 있었지요.


어릴 적, 할머니 댁 마당 한켠에서도 이 꽃은 늘 피어 있었어요.


장독대 옆, 닭장 근처,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구석에서조차 메리골드는 씩씩하게 자라나곤 했지요.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기꺼이 자신을 활짝 열어 세상을 맞이하던 그 꽃은
마치 웃음을 잃지 않는 누군가의 얼굴처럼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메리골드는 ‘죽은 자를 위한 꽃’이라는 별명도 있지만
그 의미는 오히려 생을 더욱 찬란하게 비추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 속에서도
그 사람이 남긴 향기와 온기를 잊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이 꽃을 묘비 곁에, 기도하는 창가에,
또는 자신의 마음 속에 심습니다.

인도에서는 신에게 바치는 꽃으로,
멕시코에서는 '죽은 이의 날(Día de Muertos)' 제단 위에 놓이는 꽃으로,
서양에서는 해충을 막아주는 정원의 수호자로,


그리고 우리 마음속에서는
‘그리움’이라는 이름으로 피어나는 꽃.


메리골드는 단순히 아름다운 꽃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는 존재입니다.


소중한 사람과의 순간을,
혹은 사라져버린 계절의 감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작은 햇살 같은 꽃이지요.

오늘 나는 다시,
그 노랗고 따뜻한 얼굴을 바라보며
잊고 있었던 누군가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이 꽃처럼 소중히 간직하려 합니다.
계절은 다시 돌아오고, 메리골드는 또 피어나니까요.

메리골드 기본정보

학명: Tagetes spp. (타게테스 속)

영명: Marigold

원산지: 멕시코, 남미 일대

개화 시기: 5월~10월

꽃말: 질투, 이별의 슬픔, 따뜻한 기억, 생명의 축복

기타: 메리골드는 해충을 쫓는 천연 방충 식물로도 사랑받으며, 국화과의 한해살이꽃입니다. 잎을 비비면 특유의 향이 납니다.


https://youtu.be/JyOA4bze3g8?si=L9gaJ0kEkbvdb0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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