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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왜 울까요? / 매미의 일생

가야의 매미 이야기

by 가야

매미는 왜 울까요?

땅속 7년, 지상 7일.


그 울음은 삶의 전부를 다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비가 그쳤습니다.
세상이 잠시 고요해졌나 싶더니, 이내 숲 속 어딘가에서 매미 한 마리가 울기 시작합니다.


“매에엑… 매에엑…”
잠시 뒤, 그 외침은 메아리처럼 번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온 숲이 목청을 돋우는 듯 울음으로 가득 찹니다.


가만히 듣고 있자니 문득 이런 생각이 스칩니다.


매미는 왜 그렇게도 울까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요?

땅속 7년의 어둠, 그 기다림의 시간


매미의 삶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길고 깊습니다.


매미는 알에서 깨어나자마자 땅속으로 파고들며 인생의 대부분을 깊은 흙 속에서 보냅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시간은 종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7년, 길게는 17년까지도 이릅니다.


햇빛 한 줄기 닿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매미 유충은 작은 앞발로 나무뿌리를 찾아 기어 다니고,
그 뿌리에서 흘러나오는 즙을 먹으며 겨울을 넘기고 또 넘어갑니다.


그 시간 동안 수차례 탈피를 반복하며 몸을 키워가죠.


비가 오는 날이면 흙벽이 무너지고,
가뭄이 들면 먹이마저 말라붙습니다.


모든 계절을 흙 속에서 견디며 살아남은 매미는,
어느 날 밤, 마침내 결심하듯 땅 위로 기어오릅니다.


우화 – 죽음을 감수하고 빛으로 나아가는 의식


매미의 우화는 가장 위험하고도 장엄한 순간입니다.
유충은 자신보다 열 배쯤 커 보이는 나무를 타고 오릅니다.


껍질이 마르기 좋은 나무줄기를 고르고,
작은 앞다리로 몸을 단단히 고정한 뒤,


오랜 시간 기다린 끝에
마침내 등짝이 갈라지기 시작합니다.

서서히 몸이 껍질 밖으로 밀려 나오고,
축 늘어진 투명한 날개가 마치 젖은 천처럼 떨립니다.


이윽고 공기를 머금은 날개는 서서히 펼쳐지고,
새로운 매미는 하늘을 향한 첫 시선을 맞이하죠.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수많은 위험과 맞닿아 있습니다.


탈피 도중 껍질에서 제대로 빠져나오지 못하면 죽습니다.

다리가 틀어지거나 날개가 찌그러지면, 날 수 없고, 울 수도 없습니다.


우화를 마친 직후는 가장 연약한 상태.
바람 한 줄기에도, 새 한 마리에도 생이 꺾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가 보는 매미 한 마리는
기적처럼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매미의 울음 – 짧은 생의 전부를 걸고


매미는 우화 후 불과 5~10일 남짓한 생애를 삽니다.
그 시간 동안 그들은 단 한 가지 목적에 충실합니다.


바로 짝을 부르는 것.

수컷 매미는 몸속에 있는 ‘진동막(tymbal)’을 진동시켜 소리를 냅니다.


이 소리는 종마다 다르고, 개체마다 크기와 강도가 달라
암컷에게 강한 개체로 인식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하루에도 수십 번,
목청을 다해 울고, 또 웁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울음을
‘시끄럽다’며, ‘귀찮다’며 밀어내곤 했지만—


사실은,
그토록 긴 기다림의 끝에 찾아온 짧은 삶을 다해 부르는
하나의 사랑 노래, 하나의 생존 기록이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그 울음 앞에서 무엇을 듣는가


매미의 일생은
우리에게 말없이 많은 것을 가르칩니다.

기다림의 의미를,

어둠 속에서도 언젠가는 나아갈 빛이 있다는 것을,

짧지만 온몸으로 살아낸 하루가 얼마나 눈부신지를—


이제는 매미 소리가 달리 들립니다.


그건 단지 여름의 배경음이 아니라,
한 생명이 남긴 가장 진실한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매미, 조금 더 알아보기


대표적인 매미: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털매미 등

성충의 수명: 보통 1~2주

우화 시기: 여름철, 특히 비가 온 뒤 무더위가 시작될 때

울음의 시간: 주로 오전~한낮, 기온이 높을수록 활발

수컷만 울음소리를 낸다: 진동막을 이용해 암컷을 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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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무리하며

여름의 소란스러운 하루,

잠시 귀 기울여 보세요.


“매에엑…”
그 소리는 사실,
“나 여기 있어!”
“나 살아 있어!”
“사랑하고 싶어!”
하는, 마지막 외침인지도 모릅니다.


그 외침을 들은 우리는
잠시라도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됩니다.


https://youtu.be/6dFROK4u6to?si=UeXQfkro_FUJwv9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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