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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 목수국을 보며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여름 저녁, 목수국 앞에서


업무가 끝난 저녁,
발걸음은 자연스레 고척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고척근린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다.
사방으로 나무가 둘러싸인 그곳은
어쩐지 ‘마을의 쉼표’ 같은 공간이다.


책을 읽으러 가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조용히 하루를 내려놓으러 가는 길이었다.

도서관 앞 화단에서
목수국이 한창이었다.


그저 스쳐 지나갈 수 없을 만큼,
꽃들은 소담하고 탐스럽게 피어 있었다.


햇볕 아래선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자태가,


저녁바람이 불어오는 시간엔
더욱 선명하게 가슴으로 들어왔다.

꽃은 줄기마다
얼굴보다 더 큰 꽃송이를 안고 있었다.


하얗게 피어난 꽃차례는
시간이 지나며 분홍빛으로 물들고,
그 변화는 더디지만 분명했다.


작은 의자에 앉아 목수국을 바라보는 이들,
벤치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모녀,
운동복 차림으로 땀을 식히는 사람들.


그들은 말없이 꽃 앞에서 멈추어 있었다.


누구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고,
누구도 서두르지 않았다.


그저 꽃을 보고, 저녁을 쉬고 있었다.
마치 이 여름을 목수국이 대신 살아내고 있는 것처럼.

우리 화단에도 목수국이 두 그루 있다.


너무 커서 사진 한 장에 담기지 않는,
그 묵직한 존재감 때문에
가끔은 잊고 지내던 꽃.


그런데 오늘,
고척도서관 앞에서 다시 그 꽃을 마주했다.

도서관의 외벽, 고요한 저녁빛,
그리고 수국의 은은한 분홍.


나는 그 순간을 영상으로 담았다.
그 누구의 목소리도 필요하지 않은,
꽃이 전부였던 순간.

목수국

학명: Hydrangea paniculata
영문명: Panicle Hydrangea
원산지: 동아시아 (중국, 일본, 러시아)


목수국은 수국 가운데서도
가지가 단단하게 목질화된 식물이다.


그 덕분에 더 키가 크고,
꽃은 하늘을 향해 당당히 피어난다.


한여름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그 자태는
오래된 의연함과 닮았다.

꽃말은 진심, 변하지 않는 마음.
시간이 흐르며 색이 바래가는 것이 아니라
더 짙어지는 꽃이다.

여름을 보내는 방식


어느 날은 햇볕을 피하느라,
어느 날은 무더위에 지쳐서,
우리는 여름을 견딘다고 말한다.


하지만 어떤 날은
목수국 앞에 멈춰 서는 것만으로도,


그 계절이 견디는 것이 아니라
누리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고척도서관 앞에서 만난
그 한 송이의 목수국이
내게 그렇게 속삭였다.


https://youtu.be/TQXul2PsuRM?si=MkItAPjw1Dwya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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