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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델바이스가 전하는 말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내 이름은 에델바이스 – 하얀 고백의 노래


내 이름은 에델바이스.


하얀 숨결로 피어난, 바위 틈의 조용한 별.

나는 알프스의 바람 속에서 자라났습니다.


그 누구도 쉽게 닿을 수 없는 곳,


해발 2천 미터의 바위 언저리에서
천천히, 아주 천천히 한 송이 피어나는 꽃.


내가 피는 건, 단지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에요.


나는 사랑의 용기, 순결한 맹세,
그리고 누군가의 마지막 발걸음을 품고 있는 꽃이에요.

너를 기억해.
나를 찾아오다, 끝내 돌아가지 못한
그 여름의 청년을.


바위가 미끄럽고, 손끝이 트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도,
너는 웃고 있었지.


“그녀를 위해서라면, 이 꽃쯤이야.”
그 한마디에, 나는 네 마음을 다 읽을 수 있었어.


나는 그날, 단 한 송이 피어 있었고
너는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


그리고 그 순간,
바위는 너의 발을 놓았어.

그녀는 이제,
네가 꺾어오려던 나를 알지도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있을까.


하지만 나는 알고 있어.
너의 손끝에 머물던 온기를.


너의 가슴에 품었던 사랑의 무게를.

그래서 나는 다시 피었어.


그 해 바위 아래, 네가 마지막으로 바라보던 곳에.


바람이 불면 나의 은빛 잎사귀는 흔들리고,
그건 마치 너의 마지막 인사 같아.


나는 꽃이지만, 꽃이 아니기도 해요.


내 진짜 꽃은 눈에 띄지 않아요.
중심에 감춰져 있거든요.


겉에서 보이는 하얀 별 모양은
꽃을 감싸는 포엽,


은빛 털로 덮여 있어, 차가운 바람과 자외선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죠.


사람들은 종종 나를 부르죠.


“에델바이스, 진정한 사랑의 상징.”


내 이름은 독일어로
edel(고귀한) + weiss(하얀)
즉, 고귀한 하얀 꽃이란 뜻이에요.


그 뜻처럼 나는 오직 고귀한 사랑을 위한 꽃이었죠.


학명은 Leontopodium alpinum.
사자의 발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내 줄기와 잎, 꽃까지 모두 작은 털로 덮여 있어서
은빛으로 반짝이고, 차가운 기후에서도 살아남아요.

나는 유럽 알프스 고산지대가 고향이에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이탈리아의 산악지대에서
여름의 가장 짧은 순간에 피어납니다.


그래서 나를 만나는 건, 기적 같은 인연이에요.


그리고 사람들은 내게 전설을 붙였죠.


“진정한 사랑을 증명하려면,
에델바이스를 꺾어오라.”


그래서 많은 이들이 나를 찾아 왔고,


그 중 일부는…
돌아오지 못했어요.


나는 오늘도 피어납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너처럼 누군가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들의 사랑을 대신 전해줄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나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이름: 에델바이스 (Edelweiss)

학명: Leontopodium alpinum (레온토포디움 알피눔)

원산지: 유럽 알프스 고산지대

꽃말: 진정한 사랑, 순결, 용기, 헌신

개화기: 6월~9월

특징: 은빛 털로 덮인 포엽, 고산지대 서식, 보호종

전설: 연인을 위해 에델바이스를 꺾으러 갔다가 생을 마친 청년들의 이야기

종류: Leontopodium alpinum: 가장 잘 알려진 본종 Leontopodium nivale: 더 높은 산지에서 자라는 희귀종 Leontopodium japonicum: 일본과 한국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근연종 (흰털솜다리 등)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사랑이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야.
에델바이스, 다시 한 번 피어납니다.
그 이름 모를 청년의 마음처럼,
하얗고 고요하게.


https://youtu.be/aqd16DkMuGY?si=MfQLXaQlCrgVH4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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