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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닮은 꽃, 부겐빌레아

가야의 꽃 이야기

by 가야


나는, 종이꽃이라 불리는 부겐빌레아


사람들은 나를 부겐빌레아(Bougainvillea glabra)라고 부릅니다.


영어 이름은 Paper flower, 종이꽃.
처음 만난 이들이 “어머, 종이로 만든 꽃 같아!” 하고 놀라곤 하죠.
얇고 빛을 통과시키는 내 포엽은 진짜 꽃잎이 아니랍니다.


실은 잎이 변한 포엽일 뿐,
그 안쪽에 살짝 숨은 작은 흰 별 모양의 꽃이야말로 진짜 꽃이에요.


그래도 괜찮아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건,
이 종이처럼 얇은 나의 옷이니까요.

모험가의 이름을 안고


나는 18세기, 태평양을 처음 횡단한 프랑스 탐험가
루이 앙투안 드 부겐빌(Louis Antoine de Bougainville)의 이름을 빌려
이 세상에 소개되었어요.


끝없는 바다를 건너던 그의 항해길과 함께
내 이름도 대륙을 넘어 퍼져갔죠.


그래서일까요? 사람들은 내게서
낯선 섬과 모험의 향기를 느낀다고 말하곤 합니다.

문학 속에서 나는…


나를 노래한 시인도 많아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마을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 속,
내 분홍 포엽은 라틴 아메리카의 뜨거운 태양과 사람들의 정열을 닮았다고 했죠.


일본 소설가 미시마 유키오의 산문에는
“남국의 뜨거운 공기 속에서 부겐빌레아는 종이꽃처럼 바람에 흔들렸다”
라는 한 줄이 있어요.


그 문장을 읽을 때마다,
나 스스로도 열대의 바람을 타고 춤추는 기분이 들어요.

먼바다를 건너, 한반도에


내가 이 땅, 한반도의 햇빛을 처음 밟은 건
일제강점기 무렵, 남쪽 해안가였어요.


부산과 제주에서 먼저 나를 반겼지요.


남미에서 떠나온 지 오래였지만,
이곳의 여름 햇살과 바닷바람은
내가 그리워하던 고향의 기운을 닮아 있었답니다.


내 마음을 전하는 꽃말


남미 사람들은 나를 사랑과 환영의 꽃이라 불러요.
폭풍우가 몰아쳐도 내 붉은 포엽은 쉽게 떨어지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내 꽃말은 열정적인 사랑, 당신을 환영합니다,
그리고 언제나 새로운 길을 떠나는 모험심이에요.


내 얇은 종이꽃 같은 옷이 전해 주는 메시지는 하나,
“사랑도, 도전도, 두려워하지 말아요.”


나는 지금도 햇볕이 가득한 곳에서
바람을 타고 흔들리며 사람들의 마음을 물들이고 있어요.


당신의 창가 한편에서도,
남미의 태양과 모험의 꿈을 담아
오늘도 종이꽃 같은 이야기로 속삭입니다.



https://youtu.be/eYTTvBVSb6Y?si=VQxLVYyLw7lcORV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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