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화단을 정리하다가 낯선 풀과 마주쳤습니다.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을 만큼 무성하게 자라 있는 이 풀.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도대체 너는 누구니?’ 하는 마음으로 검색을 해보니, 이름이 참 재미있습니다. 바로 쥐꼬리망초. 이름만 들어도 웃음이 나지 않나요?
처음엔 어디가 쥐꼬리처럼 생겼다는 걸까,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줄기도, 잎도, 꽃도 쥐꼬리를 닮은 데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비밀을 알려줍니다.
여름 한가운데 7월부터 9월까지, 원줄기 끝이나 가지 끝에서 길게 이어진 이삭꽃차례가 마치 가는 꼬리처럼 하늘거립니다. 옛사람들이 그 모습을 보고 ‘쥐꼬리망초’라고 불렀다는군요. 정확히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옛날 식물 이름이 대개 그렇듯 눈에 보이는 모양을 그대로 빗대어 붙인 것이라 하니, 그럴듯하지요.
이 해석은 국립수목원과 《한국식물명고》, 《한국식물명해설집》 같은 식물 이름 해설서에도 공통적으로 실려 있습니다.
국립수목원의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쥐꼬리망초의 학명은 Justicia procumbens L., 영어로는 Oriental water-willow, 일본에서는 「キツネノマゴ」라고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이남의 산기슭이나 밭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한해살이풀입니다. 줄기는 사각형 모양으로 자라고, 마디가 굵으며 가지가 많이 갈라집니다. 잎은 마주나며 길이 2~4cm의 긴 타원형, 여름이면 연한 자홍색의 작은 꽃이 줄기 끝에 이삭처럼 모여 피는데, 하순에는 작은 붉은 점이 점점이 박혀 있어 가까이서 보면 한층 섬세합니다.
이 식물은 그저 들꽃으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해열과 해독, 염증 완화를 돕는 약초로 써 왔다고 합니다. 《본초강목》과 《중약대사전》 같은 고대 본초서에는 이 풀의 약성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과거 ‘무릎꼬리풀’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에서 쓰였지만, 혼동을 피하기 위해 지금은 비추천명으로 남아 있지요.
꽃말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지만, 저는 이 작은 보랏빛 꽃을 볼 때마다 ‘겸손한 아름다움’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됩니다. 화려함으로 시선을 끄는 꽃은 아니지만, 한여름 들판에서 바람을 따라 은은히 흔들리는 그 모습은 오래 바라볼수록 깊은 생명력을 전해 줍니다.
화단에서 우연히 만난 쥐꼬리망초는 그렇게 제게 작은 선물이 되었습니다. 이름 속에 담긴 옛사람들의 상상력, 오랜 세월 약초로 사랑받아온 흔적, 그리고 그저 스쳐 지나가기 쉬운 들꽃의 소박한 매력까지. 한 송이 들꽃을 통해 자연이 전해 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훨씬 풍성했습니다.
https://youtu.be/4xZ8BEy_eGs?si=aKZSMlkcmDXFLbZ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