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탄생화
사과는 누구나 잘 아는 과일이다. 그러나 사과에 대한 상식은 단편적인 것에 불과하다. 사과에 비타민 C가 많아 피부미용에 좋다던가 섬유질이 많아 변비에 좋다는 등이다.
필자는 아주 어린 시절 지금처럼 빨간 사과를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었다. 당시 내가 사는 곳에서 능금을 가끔 맛볼 수 있었지만 빨간 사과를 재배하는 곳이 없었고 빨간 사과는 차례상이나 제사상에만 올릴 수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귀했다. 능금도 돈을 주고 사야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 거의 먹을 수 없었다.
전주로 전학을 오니 그 귀한 사과가 과일가게에 박스째 쌓여있다. 당시 부와 세력의 척도는 명절 때 사과 박스를 몇 개 받았는 가로 판단했을 만큼 사과 한 박스는 귀한 선물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종이박스가 아닌 나무로 짠 궤짝에 사과 사이사이에 왕겨를 채운 상자였다.
가난하고 아무런 빽이 없던 우리 집에서 사과박스를 구경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같은 반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다락에 사과 상자를 보고 얼마나 부러웠던지... 친구네 엄마는 명절 때 선물로 들어온 사과가 너무 많아 미처 다 먹지 못해 썩은 사과를 식모 언니를 통해 골라내며 버리라고 화를 내던 모습까지도 부러웠었다.
1960년 말 가난한 사람들은 끼니를 걱정하는 데, 값비싼 사과를 광에 쌓아두고 썩어서 버리는 집도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친구 집 식모 언니가 사과를 예쁘게 깎아 접시에 담아 건네주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사과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장미과 낙엽교목 식물인 사과나무의 열매로, 학명은 Malus pumila이다.
빈파(瀕婆)·평과(苹果)라고도 부르는 데 이과(梨果)에 속하며, 지름 5∼10cm 정도의 둥근 모양으로 빛깔은 보통 붉거나 노랗다. 원산지는 발칸반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예로부터 재래종인 능금을 재배하였으며, 고려 의종(1083~1105) 때 쓰인 《계림유사(鷄林類事)》에 '임금'으로 기술되어 있다. '임금'은 '능금'의 어원으로 조선시대에 쓰인 홍만선(洪萬選)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 그 재배법이 실려 있는 것으로 보아, 18세기 초에 재배가 성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884년 무렵 선교사들이 외국 품종을 들여와 관상수로 심었고, 1901년 윤병수(尹秉秀)가 원산 부근에 과수를 만들어 국광·홍옥 등을 재배하였으며, 1906년 농공상부가 뚝섬에 원예 모범장을 설치하여 각국의 과수 품종을 도입, 품종 비교 및 재배시험을 수행하며 과수재배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1958년 원예시험장을 설립하여 연구를 본격화하였고, 1991년 말, 원예시험장에서 과수연구소를 분리 대구사과연구소를 신설하여 사과 연구를 전담하였다.
사과는 수확 시기에 따라 조생종, 중생종, 만생종으로 나뉜다. 8월 하순 이전이 최성 수확기인 조생종에는 미광, 조홍, 서홍, 쓰가루(아오리) 등이 있고, 최성 수확기가 9월 상순에서 10월 중순까지인 중생종에는 홍로, 홍월, 양광, 추광, 골든 딜리셔스, 세계일, 조나 골드, 시나노스위트 등이 있다. 10월 하순 이후가 최성 수확기인 만생종에는 후지(부사), 홍옥, 감홍, 화홍 등이 있다.
사과는 알칼리성 식품으로, 칼로리가 적고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사과의 식이섬유는 혈관의 유해 콜레스테롤을 몸 밖으로 배출하고 유익한 콜레스테롤을 증가시켜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또한 칼륨은 몸속의 염분을 배출시켜 고혈압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준다. 수용성 식이섬유인 펙틴 또한 위액의 점도를 높이고 악성 콜레스테롤을 내보내어 급격한 혈압 상승을 억제해 주며, 페놀산은 체내의 불안정한 유해산소를 무력화시켜 뇌졸중을 예방한다. 사과에 함유된 케세틴은 폐 기능을 강화하여 담배 연기나 오염물질로부터 폐를 보호해 준다.
또한 피로물질을 제거해 주는 유기산과 피부미용에 좋은 비타민 C가 다량 함유되어 있다. 사과의 과육은 잇몸 건강에 좋으며 사과산은 어깨 결림을 감소해 주는 효과가 있다. 사과로 만든 식초는 화상·두드러기 등을 치료하는 데 쓴다.
날로 먹거나 잼·주스·사이다·술·식초·파이·타트·젤리·무스·셔벗 등을 만들어 먹는다. 유럽에서는 소시지나 고기 요리에 튀긴 사과나 사과소스를 쓰고, 카레·스튜를 만들거나 감귤류로 젤리나 무스를 만들 때 사과나 사과즙을 넣어 맛과 향을 돋운다. 깎아서 공기 중에 두면 과육이 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를 예방하려면 1ℓ의 물에 1g의 소금을 넣어 만든 소금물에 담가 둔다.
자료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사과 [apple, 沙果, 砂果] (두산백과 두피 디아, 두산백과)
사과에 관한 이야기는 너무나 많아 다 소개하기 힘들 정도라 몇 가지만 예로 들어본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성경 창세기부터 등장한다. 에덴동산에 살던 아담과 이브는 금단의 열매인 선악과 즉 사과를 따먹는다. 그 죄로 남자는 평생 소처럼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고, 여자는 출산의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트로이 전쟁의 시작도 바로 이 사과 때문이었다. 호메로스(Homeros)의 ‘일리아스(Ilias)’에 의하면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나타나 식탁에 황금사과를 내던지고 사라졌다.
그 사과에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제우스(Zeus)의 아내이며 신들의 여왕인 헤라(Hera), 지혜와 싸움의 여신 아테네(Athenae),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 비너스)는 각자 자신이 그 사과의 주인이라며 서로 다투자 제우스와 여러 신들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심판을 맡겼다.
심판을 맡은 파리스에게 세 여신은 선물로 그를 유혹했다. 헤라는 부귀영화와 권세를, 아테나는 전생에서의 승리와 명예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주겠다고 약속했다. 파리스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한 아프로디테를 선택했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약속에 따라 아름다운 헬레네를 차지하지만 훗날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가 불러 모은 그리스 동맹군이 일으킨 트로이 전투에서 필로크테테스가 쏜 독화살에 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다. 그러나 심판의 과정을 지켜본 파리스의 아내 오이노네가 해독제를 주지 않아 파리스는 결국 죽게 된다.
이뿐이 아니라 자기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을 쏜 윌리엄 텔의 사과와 뉴턴의 만유인력의 사과도 빠뜨릴 수 없는 이야기다.
독일에서는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사과나무를 심고 기르는 풍속이 전해지고, 유럽에서는 성 토마스의 날 밤 사과를 반으로 잘라 씨가 짝수 면 결혼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