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10
주어主語가 되기에는 너무 늦었다
자책과 회한도 거두어라
이젠, 의미 없다 (모든 사내들에게 알려주어라)
허나, 너무 괴로워마라
해가 지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았잖느냐
하지만 대체할 생각 마라
밤이 이슥한 틈을 타 얼굴을 붉게 목소리 높이며
술과 기름진 안주를 주워 먹는 주어酒語의 시간으로
다행히, 하루는 남아있고 문장의 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마침표를 찍기 전 정성껏 술어術語를 고르고 매만질 수 있지 않겠느냐
이제, 넘치는 술과 질펀한 말의 성찬盛饌을 거두어
네 삶의 제단에 무릎을 꿇어라
종이에 잉크를 적셔가며 성호를 긋고
술어術語의 성찬식聖餐式을 거행하라
중년의 시작은 청년들과의 만남으로 시작되었다. 인연이 닿아 예닐곱 명 함께 하던 공부모임에 청년들이 자꾸만 전도(?)를 해왔다.(맹세코, ‘총동원 전도주일’ 같은 행사는 한 적이 없다)
결국, 자꾸만 늘어나는 인원과 무심코 지은 업보를 감당하기 위해 <예기치 못한 기쁨>이라는 이름도 짓고, 작고 저렴하고 마당도 갖춘, 낡디 낡은 한옥을 임대해 청년들과 함께 신혼살림을 차렸다.
정말 백수가 과로사한다고, 마침 프리랜서로 살고 있던 바람에 연일 청년들과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고 공부하는 일에 전심전력(?)했다. 언제나 그렇듯 과장되고 Hot(헛)된 소문들은 빨리, 그리고 멀리 퍼져 나갔다. 강의와 소소한 프로젝트, 타지 청년들의 공부모임 요청 등이 이어졌다. 골방이 아닌 길 위에 머무는 날들이 늘어갔다. 30대 초반, 부러 모든 관계를 정리하고 내 영혼과 구원의 문제에 천착, 집중하며 살아가고자 마음먹었었는데. 돌아보니 사람과 일의 회오리에 휩싸여 있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허허! 허명虛名에 기댄 삶은 허허로워질게 빤한 이치였다. 그렇게 중년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다행히 자동차 매장이나 출렁이는 그래프를 힐끔거리지는 않았다. 더욱 다행인 건, 주어主語에 집착하기 보다 술어術語를 고르고 매만질 기회와 시간들을 알아차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