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에서 주운 시 21 -
아무리 부끄러움을 잊어가는 시대라지만
이 어린것들이
벌건 대낮에 아파트 입구 화단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몸을 부비며
찐한 성애를 나누다니
흠칫,
놀라고 화난 마음에 뚫어져라 쳐다봐도
도무지 아랑곳하지 않는 저 뻔뻔함
"사랑은 이런 거야
주위의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 거야
잠시 세상 따위는 안중에 없는 거야
우린 지금 가을의 열매를 잉태 중이야
너도 이 계단 지나 집으로 들어가면
그 열매들이 와락 안기잖아
너도 알잖아
그런 눈으로 보지 마
너도 그랬었잖아"
여름의 커튼이 활짝 젖혀지고 드넓은 세상의 거실 곳곳에 태양의 은총이 공평하게 쏟아지던 날이었다. 새벽 출장길에 몸은 일찍 지쳤고 아이들과 아내가 보고 싶어졌다. 저녁은 아직이지만 집으로 향했다. 예고 없이 일찍 들어온 아빠를 반겨할 세 아이들을 상상하며 여름 과일들과 간식을 잔뜩 샀다. 종종걸음으로 아파트 입구 화단을 지나치는데 왼쪽 발치 아래, 서로의 꽁무니를 바짝 붙인 잠자리 두 마리가 열정적으로 끌어안고, 비벼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