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8
요즘 슬슬 관절이 삐걱대는 건
지난날 수많은 짐승들의 뼈를
뚝뚝 부러뜨려 먹어치웠기 때문은 아닐는지
요즘 희끗희끗 흰머리가 늘어가는 건
그 많은 식물들에게 생채기를 내어
흰 소금에 절여 먹은 탓은 아닐는지
요즘 새벽잠 깨어
잠 못 드는 날이 느는 것은
돌아가신 아버지 중년시절
잠 못 들게 걱정 끼친 대가는 아닐는지
요즘 자주 펜을 들어
글을 쓰고 픈 욕망은
젊은 날 허투루 두었던 착점着點들을
복기復棋하는 복기復記가 아닐는지
40대 중반을 지날 즈음 궁금해졌다. 지금이 중년인가? 나의 중년은 언제쯤부터 시작되었을까?
골똘해보았지만 숫자로 가늠하고 측정하긴 어려웠다. 언제나 그렇듯 머리로 헤아릴 수 없는 일들은
몸이 가르쳐주었다. 더불어, 몸과 만나는 타자들이 일러주었다. 가파른 계단, 곳곳에서 불쑥 나타나는 거울,
너무 뜨겁거나 찬 공기, 들고나는 음식들, 가까이 다가오는 펜과 노트.
그런 것이구나. 그렇구나! 골똘한 생각은 지혜의 나이테를 품는다지.
'이제, 머리보다 몸 쪽으로, 나 자신보다 타자들 쪽으로 삶의 저울침을 조금씩 옮겨 놓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