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9
아무리 골몰해 봐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게
가까운 것들이 흐릿한 이유가 뭐란 말인가
머언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이토록 가까운 것들이 도대체 왜
아, 나이 들어감은 곁을 보지 못하는 난감함을
견디는 일인가 생각하다가
곁에 있는 아이들과 아내를 두고
멀리멀리 떠돌아다닌 기억들이 한가득 떠오른다
난감함을 수습하러 안경점엘 갔더니
노안이 왔으니 다초점 렌즈를 맞추란다
젊은 날 번잡한 마음 힘겹게 다잡아
이제 겨우 한 곳에 이르려 하는데 다초점이라니
나이 들어감은 아니러니를 견디는 일이런가
타국에 가면 낯설고 물설어 적응의 시간이 필요하고, 타자와 잘 지내려면 현명한 복종의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한데, 내 몸이 타국이 되고 타자가 되어가는 경험은 쉽사리 적응이 되질 않았다. 무엇보다 천 냥의 몸값, 다음으로 값지다는 구백 냥짜리 눈의 노화는 일상을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먹은 술이 늦게 깨고, 피로가 쉬이 떨쳐지지 않고, 어떤 생각은 오래 웅크리고 앉아 곁을 떠나지 않았다. 모든 봄날은 가고 '어긋남'이 삶의 실상이라는 아이러니를 견뎌야
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