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26
아버지를 묻고 돌아와
얼마 전 수술하시고 퇴원한 장인어른께
전화를 드렸다
아버님! 하고 부르다
울컥, 목이 메어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이제 세상에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분은
당신 한 분뿐이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할아버지 장례식장에서 장염을 얻은
아들을 데리고 병원엘 가다
은회색 승용차에서 천천히 내리는
등 넓은 초로의 남자를 보았다
한참 눈길을 주는데 흐려진 시야 속으로
그 아버지 황급히 사라져 버렸다
어느 주말 오후
방안 이곳저곳을 오가며
뒹굴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첫째의 턱선에서, 둘째의 눈매에서
셋째의 코에서, 아버지의 얼굴이 문득 겹쳐진다
서둘러 고개를 돌리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아버지는 여기에 없다 아버지는 부재중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이렇게
불쑥, 내 앞에 나타나실 것이다
일흔둘의 아버지는 이제 막 봄이 찾아드는 어느 해 길목에서, 먼저 간다는 말도 남기지 못한 채 황급히 떠났다. 아버지는 왜 그런 방식으로 떠나셨을까? 오래 골몰했었다. 하지만 골몰의 터널은 길어 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아버지의 부재는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돌아가신 아버지가 흐르는 시간의 길 위에서 예고 없이 불쑥불쑥 나타났다. 그제야 아버지의 부재는 점점 현실이 되어갔고, 그때마다 시야가 흐려지고 명치가 아려오는 당황을 감당해야 했다. 존재의 그리움은 없음과 부재로 더욱 강렬해지고, 이승을 떠난 삶이 이승에 남는 신비한 방식을 지며리 알아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