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주운 시 13
난 어릴 적 생각했었어
반 고흐는 왜 완전한 고흐가 되지 못했을까
그리곤 알게 되었지
정말 그의 생은 '반' 고흐였고
나머지 '반'은 사후에 완성되었음을
어린 왕자를 읽다가 제라늄을 알게 된 후
이런 생각을 했었어
제라늄은 우라늄과 어떤 관계일까
마흔 넘어 찾아간 북유럽 여행
창가에 놓여진 화분들을 보고 알게 되었지
제라늄은 우라늄 못지않게 세상을 환히 밝힌다는 걸
언젠가는 문학전집을 읽다 '교외'라는 말을 발견했어
틀린 글자를 찾아냈다고 나름 뿌듯해했었지
난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를 다녔었거든
틀린 글자가 아님을 알았을 적엔
더이상 교회를 안나가고 교외로 놀러 갔지
그보다 어릴 적엔 이런 일도 있었어
아버지를 찾아 실비집엘 갔었지
뻐근한 샷시 문을 들어서려다 발견했어
‘실비’라는 말을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돌아오는 길에 자꾸 궁금했어
실비가 무슨 뜻일까
금세 알게 되었지
집으로 오는 동안 취한 아버지는 비실비실 거렸고
가끔 날 안아 올리시며 비실비실 웃으셨거든
다음날 샷시문이 뒤바뀐 그 가게 앞을 지나면서 알게 되었어
세상엔 오래 읽고 거꾸로 읽어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것들이 꽤 많다는 걸
세상과 삶을 알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어찌 보면 이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텍스트(人紋)다. 우리는 다양한 계기와 다양한 방식으로 거대한 텍스트(人紋)를 매일 읽어(人文) 나간다. 하지만, 읽는다고 알 수 있고 배울 수 있는 건 아니다. 읽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어느 순간, 질문에 빠져드는 어느 나른한 오후, 손을 뻗어 사전을 찾고 도서관 서가를 서성이는 주말 아침, 그때서야 우리의 영혼은 한 뼘씩 자라난다. - 아, 한 뼘은 과장이다. 0.12mm씩 자라난다. - (언제 자라나는지 볼 수 없지만 분명 자라나는 머리카락처럼) 어릴 적 세상 이곳저곳을 바장대고, 사물들에게 오래 눈길을 주며, 궁금함과 물음의 알을 품고 골몰하던 아이가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찾을 길이 요원하다. 요행히 아직 내 곁에는 기타를, 그림을, 노래를, 놀이를, 이야기를, 몸을 동굴리며 자신들의 영혼의 집을 짓느라 바쁜 아이들이 있다. 그들을 바라보다, 사르트르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말>속의 말을 기억해 낸다. (아이처럼)'천진스러움과 글을 쓰는 일'은 닮아 있다. 오래전 '그 아이'를 잃어버린 나는 다만, 곁에 있는 아이들이 몸으로 보여주는 가르침을 발밭게 배우려 오래 응시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