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물들에게 배우는 방식 4 -
등 뒤로 신의 벼락이 내리 꽂히는 줄도 모르고
목줄기를 빳빳이 세워 마른하늘을 노려본대도
여전히 영원하고 남겨질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다 나무를 보았지
어두운 땅속 나무뿌리가 깊은 건
파아란 하늘로 솟구치고픈 수직의 안간힘
일생 꼼짝 못 하는 나무의 처지가
절망이 아닌 건 해마다 늘려가는
나이테라는 둥근 계약서가 보증하는 생애
어쩌면 나무의 못다 이룬 꿈은
봄마다 밀어 올리는 초록의 비명들이
기어이 닿지 못할 별들의 궤도를 건드려보려는
초록抄錄의 안간힘
나도 나무를 닮고 싶어
어둡고 깊은 밤 내 책상 위 종이들이
아래로 아래로 뿌리 뻗어
지구 반대편 나무를 붙들고 있는
뻣뻣한 이 밤
언제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을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시’라는 종교와 ‘시인’이라는 사제들에게 홀려 하루가 멀다 하고 ‘시집’이라는 성전에 들락거린 게 언제부터였을까? 이제는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 되어 버렸다. 스치는 모든 풍경과 만나는 모든 사물, 예고 없이 나타나는 모든 사태들 속에 숨겨진 비밀들이 내 안으로 들어왔으면 하고, 온몸의 문을 활짝 열어두었었다.
빈 잉크병이 술병과 함께 늘어가고 노트들은 나이테처럼 쌓여갔지만 다행히, 나무들의 시체 위에 글자를 새겨보겠다는 끔찍한 상상이나, 감히 등단의 제단에 오르거나 사제를 꿈꾸는 신성모독의 죄를 짓지는 않았다. 다만, 생生의 길 위에서 포착되는 생각과 느낌의 작고 납작한 돌멩이를 주워 들고 석양빛 물드는 강변에 나가 물수제비를 자주 뜨곤 했다. 날 저물어 강을 등지고 돌아설 때면 돌멩이가 일으켰던 동그란 나이테가 내 영혼의 무늬인 것만 같아 설핏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였을까? 나이테가 일으킨 동그란 파문은 ‘조이스 킬머’와 ‘신달자’와 ‘헤르만 헤세’에게로 나를 데려가 나무를 보는 눈을 설핏 트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