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아이들 가구 핫딜이 떴다. 이미 집에 있던 한샘 가구의 같은 시리즈 책장이었다.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고 가격도 마음에 쏙 들었다. 단숨에 내질렀다. 하지만 사면서도 뭔가 미심쩍은 것이 있었다. 10프로 추가 쿠폰이 안 먹힌 것. 상품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진다는 문구를 보고, 안되나 보다 하고선 그냥 우선 사버렸다.
다음날 다른 상품을 보다가 남들은 다 쿠폰 적용이 된다는데 나는 왜 안되는지 이리 저리 눌러보려 구매 목록을 다시 켰다. 전날 샀던 가구에 적용해보았다. 10프로가 적용이 되었다. 쿠폰 적용이 되고 안되고가 만원 차이다. 단돈 만원이지만 생돈을 날린거 같아 아깝다. 물론 생돈을 날린 듯한 경험은 이게 다가 아니다.
한번은 딸이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을 좋아해서 전시회가 있을 때 꼭 데려가주고 싶었다. 우리 가족 4명 분 티켓을 사기는 부담되었다. 프로 핫딜러인 나는 해당 전시 핫딜 알람을 걸어두었다. 몇일을 기다리다 마침내 알람이 울렸다. 정해진 시간 안에만 사야하는 타임딜이었다. 1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표를 구매하는 데에 성공했다. 희열을 느꼈다. 가슴 떨린 성공이었다. 하지만 쫄깃했던 성공 뒤에 느닷없이 미루기 병이 발병되었다. 다음에 가야지, 다음에 가야지, 다음에 가야지. 하다가 사용 기간이 지나버렸다. 정말 생돈 날렸다. 그냥 정가에 갈껄 그랬다. (이미 돈을 날려서 전시회는 그냥 안갔다.)
이렇게 핫딜에 매달리다 한번은 큰 코 다친적이 있었는데, 핫딜과 다이어트를 핑계로 한참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쟁일 때였다. 정육점에 비하면 반값에 산거라고 남편에게 자랑도 많이 했다. 그렇게 냉동실에 쟁인 고기 팩이 20개가 넘었다. 그런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쟁인 고기가 최고치를 향해가던 그 때, 하필 냉동실이 고장 났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기사님은 하루 이틀내로 와주시지 않았다. 먹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니 첫 고기를 먹을 때부터 질리기 시작했다. 꾸역꾸역 다 먹었다. 돈 아까워서 다 먹었다. 느끼한 탓에 맥주랑 같이 먹었다. 맥주 값이 고기 값보다 더 나왔다. 그냥 그때 그때 사먹을걸 그랬다.
나름 아껴쓰려 노력은 하는데 어설프다. 돈은 돈대로 새고, 핫딜을 찾는다고 시간은 시간대로 쓰고 있다. 돈 아낀다고 나대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노력을 멈출 수는 없다. 과연 이렇게 사는게 맞는걸까.
노력은 필요한 것이지만 결과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반대로 가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정신이 괴롭지 않을 방법이 있다. 바로 나 자신에 대한 기대, 성공의 기준을 낮추는 것이다. 50프로만 성공하면 그냥 성공인걸로 치자. 돈 조금씩 흘리며 다닌다고 해도 아무것도 안한 것보다는 낫지 않은가. 적어도 나는 노력을 해보기는 한사람, 생각 없이 돈을 펑펑 쓰는 망나니는 아닌 것이다.
지난 나의 선택이 원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났을 때, 절대 그 시간이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말자. 기대치를 힘껏 낮추어 결과에 상관없이 노력하는 내 모습에 그저 반해보자. 한심해 보였던 나의 하루도 조금은 기특하게 보이게 될 것이다.
문득 예전에 시아버지께서 수학 점수 20점 맞은 조카에게 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야 다음번엔 50점도 맞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