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왔다
*미국 현대미술사의 대표작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길 위에서’ 전시회를 관람하고*
나에게로 왔다.
그의 작품 160여 점과 관련 아카이브 110여 점을
아사 멤버들과 함께 본 후에,
청계천에 앉아 떨어지는 폭포와 반짝이는 불빛을 보며 열띤 담론을 나누었다.
그의 그림,
그리고 그의 인생을 오래 들여다보게 된 하루였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삶과 업’
그리고 ‘나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속되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었다.
큼지막하고 굵은 글씨가 전시의 문을 열고 있다.
이어 <길 위에서>, <From City to Coast> 등 눈에 띄는 그림들이
그의 인생과 맞물려 흐르고 있었다.
그림이 참 많았다.
수많은 습작에서 시작해 완성된 작품들,
아내 조세핀의 조력, 여행, 섬세함, 준비성, 노트, 시간... 그 모든 것이 그림 안에 있었다.
나의 세계에 그가 들어왔다. Hopper가 Hopping 하여!
우연일까? 필연일까? 내가 만들어 낸 의미일까?
그가 연결한 세상일까?
특히, ‘삶과 업’ — 전시 부제가 왜 이렇게 붙었을까? 하는 생각이
전시장을 둘러보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과정 없는 결과는 없다.
의미 없는 과정도 없다.
작은 시작들이 수많은 습작으로 이어지고,
여러 조건들과 만나면서 위대함이 창출되었다.
그가 그린 그림이 삶이 되고 업이 되었고,
그 결과는 계속되고 있었다.
변화되며, 축적되며, 연결되며,
그 모든 것이 결국 나에게 다가왔다.
'업'이란 뭘까? 사전엔 이렇게 쓰여있다.
1.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
2. 자신이 행한 행위에 따라 받게 되는 운명.
이상하게도 두 번째 의미에 더 마음이 간다.
습관적으로 하는 생각과 행위들이 원인이 되고, 지속적으로 이어져 삶의 결과물이 된다.
Hopper에게 그림은 그의 삶이었다.
수많은 연습과 그 곁을 지킨 조세핀,
그리고 그들이 함께 남긴 기록들.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이어져,
그림이라는 '업'으로 세상에 남았다.
그의 '업'은 어쩌면 아직도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 다해서 사라졌는지도 모른다.
나의 '삶'은 어떻게 남을까?
나의 '업'은 어떻게 이어질까?
<호퍼풍의 그림 속, 내가 서있는 길 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