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비아 Jun 14. 2023

문득 산행하기

거짓말  ,, 다 왔다


운동을 무지하게 싫어해서 등산이나 산행이라는 말이 나오면 얼굴 표정이 굳어진다

표정관리가 안 되는 일인이다

내겐 산책 정도의 운동이 딱 그만이다 싶다

 달 전,, 남편과 산행을 했다  쓴소리 잘 안 하는 남편이지만 운동에 대해선 늘 단호하다

물론 내 건강을 위해서일 테지만 ,,

미스적 40 키로 후반대의 체중은

지킬 수 없는 숫자가 되었고,,

지난 시간의 고전같은 이야기가 되었고,,

아들 둘이 생긴 시간너머로 내 바디는,,글쎄


운동화 끈 질끈 메고 따라 나 설 수밖에

내 배낭엔 오이 초콜릿 사탕 쿠키 커피 물

사실 그냥 소풍 같은 느낌으로 따라나섰다가 본격 행에서 매번 무너져버리는  나,,

늘 앞에서 잡아주며

                 "조금만 가면 된다 다 왔다"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다 왔다


그러고도 1시간도 더 걷고 걷고 걷고

정상은 아예 멀고도 먼 곳이었는데,,

내게 힘을 주기 위해 늘 하는 말 다 왔다


                      거 짓 말



저기 보이지! 어디 어디

 눈에는 멀게만 느껴지고 아예 볼 생각도

없어지는데

내려오는 이들에게 다 와가요? 물어보면

어김없이

"다 와갑니다"

"거의 다 왔어요 "

뭐 말을 맞춘 거야 뭐야 한결같이 그러는지,,



걸음이 걸어지지 않고 발이 느려지고  그냥 엉엉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어진다

운동하러 나온 건데 마음은 무겁고 아리다 울고 싶은데 꾹 참고 발걸음을 내딛는다

건강을 위해서 라니

'딱히 나쁜 일도 아니잖아'

체면을 걸어본다

 마음을 다스리며 걸었다


내가 꿈꾸는 건 산행보다는 캠핑! 먹고 이야기하며 여유를 부리는 베짱이

폼나는 걸 더 좋아라 하는 먹거리 준비하며 분주한 그런 시간을 더 좋아하는 캠핑족인데,,

그러다 고지가 보였다 온갖 투정 끝에 정상에 서면 마치 리그에서 이긴 승리투수처럼

기세 등등 해진다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나만 볼 수 있나 싶어

언제 그랬냐는 듯  연신 사진 셔터를 숨 가쁘게 눌러댄다


우리 엄마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우리 애들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좋은 건 나누고 싶고 아름다운 건 함께 보고 싶다

누구나 그럴 테지,, 산을 오르며 가팔랐던 길이

지난 시간 내 모습 같이 닮아 있어서

기분이 잠시 일렁거렸다



나한테 슬며시 미안해진다 그동안 너무 돌보지 못한 몸에게,, 그리고 이어 줄 마음에게도,,

내 마음에게 감사하고 세상에 감사하고 마구마구 감사하게 된다

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전해준다 정상에 서면 무한감사가 된다

이제껏 이룬 것들에 대해 감사하고 아이들 잘 커준 것 또한 감사하다  지금까지의 삶이..



꽃들이 하늘이 은은하게 아름답다  

때로는 여유롭게 새 마음으로 살고 싶어진다

다짐도 해본다

야호


내 인생의 봄은 또 어떤 빛으로 자리할지 봄 같은 사람이 되길 바라본다

나 자신이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오늘의 삶에

하루를 더 할 수 있기에 감동이 밀려온다


문득 산행하기

산행하길 잘했다















작가의 이전글 찰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