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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맨 Feb 19. 2024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영화 정보 

감독 :시드니루멧 (<밤으로의 긴 여로><뜨거운 오후><네트워크><폴 뉴먼의 심판>등을 만든 거장           

주연 : 필립 시모어 호프먼, 이선 호크, 머리사 토메이, 앨버트 피니,마이클 섀넌             

개봉일: 2007년 (넷플릭스 방영중)            

각본 :켈리 마스터슨 (<설국열차>각본가)              



아침 일찍 뉴욕 변두리의 한 보석상에 강도가 든다. 보석상 주인인 할머니는 총에 맞고, 상점을 털러 들어갔던 강도 역시 할머니가 쏜 총에 맞아 결국 사망한다.

놀랍게도 강도사건은 보석상을 운영하는 노부부의 두 아들이 계획한것이다.

" 그러니까 이건 안전해. 아무도 다치지 않아. 모두 승자가 돼. 완벽하다고!"-형 앤디의 대사 

                                               

형인 앤디(필립 시모어 호프먼)가 범죄계획을 짰고,앤디는  유약하고 우유부단한 동생 (행크)에게 실행에 옮기도록 집요하게 설득한다.

앤디는 회계법인의 임원이지만 마약상에게 돈을 퍼준 탓에 분식회계등으로 경제적 위기에 처해 있고,무능력자 행크역시 돈이 궁하긴 마찬가지다.앤디의 아름답고 철없는 아내 지나(마리사 토메이)는 시동생 행크와 바람을 피운다. 


(동생 행크에게 범죄실행을 종용하는 형 앤디 / 출처 :넷플릭스)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던 엄마는 죽고,경찰은 단순 강도사건으로 처리, 앤디-행크 형제에겐 혐의조차 두지 않았지만 막상 행크는 죽은 건달의 처오빠(마이클 셰넌)에게 협박을 받기 시작한다. 

돈 때문에 엄마까지 죽였는데 엉뚱한 인간에게 돈을 뜯길 판이다.이런 사실을 알게 된 앤디는 행크를 대신해 미친 살인극을 벌이기 시작한다.설상가상 아버지 찰스는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고, 앤디가 접촉했던 보석가게의 주인으로부터 아들 앤디가 찾아왔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듣게 된다.이제 아버지가 아들을 쫒는다. 


(*리뷰에 스포가 포함돼있습니다) 

시드니 루멧 감독이 무려 83세에 만든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떼기 힘든 쫄깃한 긴장감과 서스펜스로 가득차있다.고령의 감독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 영화가 다른 범죄스릴러와는 다른 지점은 놀랍게도 두 주인공이 사회의 밑바닥에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 사람은 화이트 칼라이고 부모는 오랫동안 보석상을 운영한 알부자다.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해보이는 중산층 가족의 내면은 썪어가고 있은지 오래다. 

아버지는 형 앤디를 무시하고 동생만을 사랑하며 동생 행크는 형을 믿고 의지하면서도 형의 아내(형수)와 불륜관계일뿐 아니라 아버지를 증오하는 형 앤디는 번듯한 회사의 임원이지만 약에 쩔어산다. 약값 때문인지 회사돈도 몰래 빼돌리고 있다.

대낮에 ,앤디가 마치 창부같은 마약상의 고급 하우스에서 주사를 맞고 낮잠자듯 늘어져있는 모습은 충격적이다.


앤디가 행크에게 부모의 보석상을 '털자'면서 마치 ' 배달 음식 뭐시킬래?'라는 대화라도 하듯 낄낄거리는 모습은, 그가 상식이나 도덕을 폐기한지 오래라는 걸 보여준다. 

여기서 얘기하지 않을 수 없는게 필립 시모어 호프먼의 궁극의 연기다.

묵직한 풍채에 헤비한 저음,발그레한 흰얼굴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인간의 내외면을 완벽히 재현한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는 '애쓰지 '않는 연기다.'나 연기하고 있어'라고 뽐내지 않는 연기다. 호프먼의 연기가 바로 그렇다.) 


이 영화는 차갑고 냉소적이며 비극적이다. 엔딩까지 보고나면 잠시 멍하게 된다.내가 지금 뭘본거지? 싶은.

'자식 농사'를  완벽하게 망친 아버지가 결국 애초부터 미웠던 자식을 '응징'함으로써 콩가루 가족의 파멸을 완성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욕망하는 자들,아니 결국엔 '돈'이 아니라,돈을 갈망함으로인해 자신의 영혼을 악마에게 판 자들에 관한 이 이야기는 ,감독이 어떤 인간적인 동정이나 인간성에 대한 희망같은 걸 한치도 내비치지 않고 그야말로 '끝까지 가기'때문에 현실적이다. 


가끔 사회면에서 심심찮게 보지 않나.단돈 몇만원에도 사람을 죽이는 악마들을 . 그 악마들을 자신의 내면에 살게 한 탐욕들을.자본의 지독한 차가움을. 


     (어머니의 장례식에 모인 '강도' 형제 ) 


   (아버지와 미운새끼간의 호러블한 대화시간) 


영화의 제목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아일랜드인들이 건배할 때 쓰는 말인 ‘당신이 천국에서 30분 동안 머물기를,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May you be in heaven a full half hour, before the devil knows your dead)에서 따온 것이다. 이 건배사는 ' 언젠가 죽더라도 술 마시는 순간만큼은 천국인 것처럼 즐기자'는 뜻을 품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 제목 자막은 앤디가 지나와 격렬하게 잠자리를 하는 장면과,  이어지는 어처구니없는 강도 행각 장면 사이에 삽입돼 짧은 ‘천국’ 이후 지옥이 펼쳐질 것임을 암시한다.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한가지 아쉬운 건 너무나 매력적인 배우 마리사 토메이(<스파이더맨>의 이모로 유명한)의 캐릭터가 너무 멍청한데다가,내 기준 쓸데없는 노출장면들,그러니까 여배우의 몸을 일부러 전시하는듯한 씬이 거슬리는 점이다. 꽤 불편했다.    


하지만 시드니루멧 감독의 유작을 놓치고싶지 않다면,

게다가 필립 시모어 호프먼과 이선 호크의 특급 연기에 끌리는 스릴러 팬이라면, 이 영화를 꼭 추천하고 싶다.


내 맘대로 랭크 : A  ★★★★☆( 아메리칸 콩가루가족의 비극이 간담을 서늘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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