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일을 하는데도 아직도 끝나지 않는다. 고난도의 작업이 아니라 단순한 문서 작업이다.
단돈 2만 원에 자존심을 내려놓았다. 자신을 팔았다.
“2만 원입니다. 하시겠습니까?”
처음에는 오랜만의 작업 의뢰가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작업량을 보아 하니 시급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낮다는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정말 조심스럽게 부탁 말씀을 올린다. 작업량과 작업 구성 요소와 예상 소요 시간과 시급 등 있는 대로 퍼 올려 운을 뗀다.
“…… 조금만 더 생각해 주시면 안 될까요? ……”
바로 답이 돌아온다.
“아, 안 하셔도 돼요. 그럼 다른 분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잡아챈다.
“하겠습니다. 무리한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 일이라도 해야 한다. 후유, 놓칠 뻔했다.
무리한 부탁이라니, 죄송하다니…….
그리고 이 밤에 씩씩거리며 일하고 있다.
일이 있어 다행이다. 이런 일은 다행이 아니다.
내내 두 마음이 갈팡질팡하며 일이 더뎌지는 듯하다.
자신의 비굴함에 화가 난다.
자신 있게 거절하지 못한 자신을 탓한다.
브런치도 뒤로하고 매달린다.
시급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 작업 의뢰 정도는 우아하게 거절할 날은 언제 올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