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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려되었습니다 Jan 10. 2024

이것은 털인가 살인가


 오랜만에 미용을 맡겼다가 외면하고 있던 현실에 마주했다. 여태까지 털인 줄로만 알았던 게 사실은 살이었던 거다.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분홍 고구마를 닮은 뱃살이 현실을 직시하게 했다. 매일 산책하러 다니고 있지만 그걸로는 운동량이 부족했던 걸까. 애견미용실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와 황급히 BCS 점수를 검색했다. 안내된 이미지와 비교해서 여기저기 아무리 둘러봐도 잘 봐줘야 과체중 상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다이어트가 시급했다. 식사량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야 했다. 다만, 갑작스럽게 양을 줄이면 아이가 힘들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먹이는 쪽을 선택했다. 간식도 양을 줄이니 서운해하는 티가 은근하게 났다. 너의 건강을 위해서 어쩔 수가 없다고 미안하다고 설명해 봤지만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이럴 때마다 동물도 사람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산책 외에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 활동도 찾아봤다. 보상으로 주는 간식이 있으니 나름대로 머리를 써가며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애틋하게 보였다. 저 작은 머리를 굴리는 것도 칼로리 소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생각도 하게 된다. 난이도를 올릴수록 혼자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아주 보는 재미가 있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다시 건강하고 맛있는 식단으로 돌려줘야지. 우리가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해서는 건강이 중요하니까. 집사의 선택이 원망스럽더라도 조금만 견뎌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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