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다.
평소와 다를 바 없던 일상, 법카로 점심을 사 먹고선 느긋하게 커피 한 잔도 마시고 있는데. 뭔가 '기분 좋다'라던지, '오늘은 좀 괜찮네~'라고 흥얼거리면서 플레그를 열심히 세운 탓일까. 평화로운 일상을 깨는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어떡해... 어떡해... 바다가 초콜릿을 먹었나 봐."
"뭐?"
'초콜릿'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누구네 강아지가 급성 어쩌구로 갑자기 죽었다더라. 진짜 한 조각 먹었는데 병원에서 1주일을 있었다더라 등 그동안 수집해 뒀던 수많은 소문과 카더라 통신이 볼륨을 한껏 키운 채 귓가를 때리고 있었다. 안 돼. 안되는데. 우리 애기들 이렇게 떠나면 안 되는데.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으로 후다닥 반차를 신청하고, 바로 택시를 타고 날아갔다. 견주에게 초콜릿은 거의 농약과 비슷한 수준의 위험을 지닌 독극물이다. 초콜릿을 먹고 별이 되어버린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심지어 강아지들은 그냥 '맛있어 보여서' 먹는 탓에, 악의가 없음을 알기에 탓할 수조차 없다.
다행히 일찍 발견되어 동물병원에 빠르게 방문할 수 있었고, 위세척을 비롯한 응급조치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나마 정말 다행스럽게도 극소량의 쿠앤크 밀크 초콜릿이어서 걱정했던 것만큼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나는 초콜릿이 다 똑같은 독극물인 줄 알았는데 다크 초콜릿이나 코코아 파우더는 정말 위험하고, 밀크 초콜릿은 그나마 낫다고 한다. 숨을 헐떡이며 병원에 도착했는데, 지가 왜 온 줄도 모르고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어찌나 부아가 치밀어 오르던지.
어릴 때 시골에서 강아지를 키우는 모습을 보면, 개들이 진짜 튼튼한 줄 알았다. 강아지 사료? 그런 거 사면 돈이 썩어난다고 욕먹던 때도 있었다. 그냥 저녁 먹다가 남은 거, 국 끓이고 남은 거에 밥 좀 넣어서 대충 갖다 주면 잘만 먹길래 원래 개들은 못 먹는 게 없는 줄만 알던 시절. 그때는 연어가 들어갔냐, 닭고기가 들어갔냐를 따지며 사료를 구매하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왜 이렇게 못 먹는 게 많지?"라는 것. 과일이야 뭐 사람도 많이 먹으면 안 되는 게 있으니 그러려니 하는데 아몬드나 카페인 등 강아지가 못 먹는 음식이 너무나도 많다. 때문에 보호자가 먹을 걸 주지 않았는데, 강아지가 혼자 '쩝쩝' 소리를 내고 있으면 그만큼 무서운 게 없을 정도. 심지어 강아지라면 응당 좋아할 것 같은 닭뼈나 갈비뼈도 함부로 주면 안 된다고 하니, 반려견 보호자에겐 언제 어디서든 강아지가 무언가를 주워 먹으면 발동하는 레이더 감지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