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를 사랑하시나요?
- 네.
- 비위가 좋은 편인가요?
- 아뇨..
수년째 강아지들과 함께 하고 있지만 이것만은 아직비장하게 시작을 하게 된다. 바로 목욕이다. 사실 우리 강아지들은 물개(수용성 강아지)라서 목욕을 시킬 때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단 한가지, 항문낭을 짜는 것은 후각이 예민한 내겐 아직까지도 가장 힘든 미션이다.
다음은 강아지 3호와 있었던 일이다.(초상권을 위해 익명으로 씀) 목욕하는 날을 며칠 미뤘던 탓일까, 잠에서 깨어나 거실로 나가 보니 러그 위에서 똥꼬 스키를 타고 있던 강아지 3호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 오늘이 바로 네 목욕 날이다. 강아지 3호를 검거해서 곧장 욕실로 향했다.
때(?)를 불리기 위해서 미온수에 담가두었더니 어쩐지 편안해 보이는 강아지 앞에서 나는 조금 긴장했다. 하지만 해야지, 엄지와 검지는 준비 완료. 항문낭은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서 항문 쪽을 대각선 모양으로 올리면서 꾹 짜주어야 한다. N년차 경력직은 오늘도 미션 성공.
정말이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널위한 손길이 필요한 내 강아지들아, 마음껏 내 손을 빌려도 좋다. 사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면 될 것을 괜히 항문낭을 핑계로 귀여운 투정을 해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