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별이 없었으면 좋겠어

네가 떠나지 않도록.

by 갑순이

2012년 시작된 연이다.

그날도 난 호프집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거나하게 취해 세상이 2개인지 3개인지 헤매며 집에 가던 길이었다.

“먀옹, 먀옹.”
가냘픈 울음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 전봇대 옆 쓰레기 더미 꼬물꼬물 움직이던 노란색을 가진 내 손바닥만 아가 고양이가 혼자 있었다.

주변에는 어미도 없었고 형제들도 없었다. 나와 닮아 보였다. 술기운에 난 용기였을까? 그 아이를 대뜸 안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떠 보니 꼬질꼬질한 모습의 노란 생명체가 내 옆에서 울고 있었다.

부랴부랴 세수하고 지갑을 챙기고 그 아이를 안아 들고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뭐 길고양이가 어미한테 돌봄 받지 못해 얻는 그런 병들을 갖고 있었다.

한 달 수입의 절반이 그 아이의 치료비로 들어갔지만, 아깝지 않았다. 그 아이도 살고 싶었던지 무섭도록 먹어댔다. 그리고 한 달여만에 아이는 건강해졌다.

아이에게 이름을 붙여줬다. 고양이 고씨에 내 인생의 복댕이란 의미로 ‘고복댕이’.

우리의 묘연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졌던 그 아이와 내가 만났다. 그렇게 7년째 우린 이제 서로에게 당연하게 스며들었다.

내 대학생활을 함께 했고, 내 연애사를 함께했고, 내 슬픔을 함께 나눴고, 입사의 기쁨을 함께 했고, 월급날 탕진잼을 댕이와 함께했다.

댕이는 내 단짝이고 내 가족이고 내 사랑이다.

가끔 출장 때문에 댕이가 없는 잠자리에 들 때면 미친듯한 허전함에 한참을 뒤척이고, 폭염 경보가 내려진 날에는 댕이 걱정에 반차를 쓰고 집으로 달려가기도 한다. 이제는 나이가 든 댕이가 걱정돼 그냥 에어컨을 틀고 집을 나선다.

댕이는 내가 삶을 포기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만큼 모든 걸 잃었을 때 내 곁에 있던 유일한 존재였고, 내가 세상을 등지고 싶을 때 버티게 해주는 존재였다.

얼마 전, 내 연인이 내게 물었다.

“자기야, 자기 꿈은 뭐야?”

“난 이제 어떤 직장을 꿈꾸진 않을 거야.”

“그럼?”
“댕이랑 너랑 따뜻하게 행복할 수 있는 거?”

“와. 따뜻하다.”

“응. 근데 댕이가 안 떠났음 좋겠어.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했음 좋겠어. 안 되는 거 아는데 그래서 최선을 다하고 싶어.”

“아 슬프니까 그런 말 하지 마. 댕이가 어딜 떠나.”

“언젠간 떠나겠지. 댕이랑 난 가진 시간이 다르니까. 그럼 그때 댕이가 ‘아 난 그래도 참 행복한 고양이였어.’라고 생각하면 내 인생은 성공인 거 같아.”

“눈물 날 거 같으니까 그만해.”

“왜 네가 눈물 나! 내 아간데!”

이런 대화를 끝마치고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당연스레 옆구리에 자리 잡은 따뜻하고 푸둥하고 보드라운 댕이를 만지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간혹 네가 사고 칠 때면 이해해주지 못하고 화내서 미안해.

더 많은 시간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해.

네가 나만 기다릴 거 아는데 회식이다 친구다, 늦게 들어와서 미안해.

그럼에도 항상 내 곁에 있어 줘서, 내가 살아갈 이유가 돼줘서 고마워.

엄마를 사랑해줘서 고마워.

고맙고 미안한 댕이야, 엄마 떠나지 말아 줘.

난 댕이와 이별에 의연할 자신이 없다.

나는 고양이 별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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