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의 여행 취향을 알지 못한 채 갑작스레 길게 떠나 온 해외여행. 그 역시 적잖이 당황했을 거다.
셋째 날 만큼은 비가 안 내리길 바라며 아침에 눈을 떴다. 내 바람은 이뤄지지 않고 또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 이 또한 운명이다는 생각으로 록펠러센터를 가기로 했다.
뉴욕 야경이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인데 역시나 구름 잔뜩 끼어 아래는커녕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조금은 마음이 나아졌다. 짝꿍 역시 다른 나와 다니느라 힘들 거라는 생각, 이렇게 3일 내내 비가 오는 뉴욕 또한 언젠가는 예쁘게 희석돼 가을 분위기를 물씬 풍기던 뉴욕이라 기억하게 될 거라는 생각에.
아예 모든 기대를 버리고 가서 인지 구름이 잔뜩 낀 록펠러 센터는 구름에 안겨있다는 느낌을 줬다. 그 높은 곳을 단숨에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도, 엘리베이터 안에 화려하게 재생되는 미디어아트도. 기대 이상이었다.
그렇게 록펠러 센터를 나와 뉴욕의 꽃, 사실은 내 욕망 쇼핑을 하러 다녔다. 사실 환율이 너무 올라버려 미국에서 사면 싼 물건이 더 이상 싸지 않았다. 정말 모든 게 비싸서 함부로 돈을 쓸 수 없었다.
그렇게 뉴욕에서의 3일이 지나갔다.
뉴욕 3일 동안 느낀 점은 결혼 전에 정말 필요한 건 단둘이 길게 떠나는 여행이라는 것.
정말 휴양파 중의 휴양파인 나, 유럽 배낭여행이 행복인 남편. 국내 1박 2일 혹은 2박 3일 여행에서는 그 다름이 크게 튀지 않았다. 그래서 안일하게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신혼여행은 아예 다른 차원의 여행이었다. 우선 결혼식 직후 극한의 체력 소모를 한 데다, 처음으로 14시간가량 비행기를 타고 말도 통하지 않은 곳에 온 것 자체로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 상황이 그렇다 보니 상대방의 배려할 에너지가 없고, 어느새 예민함이 날카로움이 돼 서로를 향한다는 걸 이번 신혼여행에서 깨달았다.
비 오는 뉴욕 어딘가 있는 카페에서 한참 창가를 내다봤다. 길가를 지나다는 사람들, 낯선 외국인들의 일상에 끼어든 여행객. 그 낯섦 자체는 참 간질였다. 그리고 주구장창 비가 오던 뉴욕을 되새겼다. 3일간 제대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내 짜증을 받아내느라 힘들었을 내 짝꿍에 대한 안타까움.
그 와중 어딘가 해소되지 않고 꿍하게 남아있는 부정적인 마음과 감정.
그렇게 뉴욕에서의 3일이 지나 이제 우린 칸쿤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