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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Jan 04. 2023

고소장을 작성했었다.

과거형인 이유

지난 연말 소장을 작성했다. 지난해, 지지난해 법을 악용할 줄 아는 이를 만나 꽤나 고생을 했었다. 그는 그저 본인의 치부가 세상에 드러나는 게 두려워 고소라는 제도로 사람을 협박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묵묵히 견딘 이유는 나 역시 법률 자문을 얻어 우리나라에 있는 무고죄라는 걸 선물하려 했기 때문이다. 2023년 새해 선물로 고소를 선물해주기 위해 바쁜 연말을 지냈었다.

소장이 완성되고 모든 증거를 모으고 증인을 모으고. 그렇게 완성됐다. 이제 내게 남은 건 고소장 접수였다. 그러다 문득 증인 중 한 명이 이런 말을 건넸다.

"그 정도 수준인 사람이랑 계속 얽히려는 이유가 뭐야?"

그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게. 사실 이제 내 인생에 그 정도 수준의 인간은 없는데, 난 앞으로 더 올라가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만 만나면 되는데.

한참을 완성된 소장과 증거물을 펼쳐놓고 고민에 빠졌었다. 그래도 그런 사람은 한 번쯤은 본인의 꾀에 본인이 당해봐야 더는 피해자가 양산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꼭 나일 필요가 있나? 내 인생에 그런 수준의 인간을 계속 등장시켜야 할 이유가 있나?

그런 고민을 안고 친구를 만났다.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는 내 친구는 말했다.

“정말 고전적인 말인데, 똥은 피해 가야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그 사람은 삶의 방식이 그렇다면 몇 년 내에 교도소에서 콩밥 먹고 있거나, 기초수급을 타 먹고 있을 거 같은데.”

맞는 말. 제대로 된 경력도 없이 일자리도 없이 불특정 다수의 이성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이의 말로가 아름다울 리가 없다.

그 말에 수긍하면서도 복수심에 한참을 또 고민했다. 고민을 하던 와중 내 짝꿍이 말했다.

“뭐 무고야 하면 할 수 있지. 해버려. 그런데 나도 자기 친구 말에 동의해. 그런 사람을 자기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의 소중한 삶에 안 껴줬으면 좋겠어. 아마 그 사람의 최고 업적은 자기 인생에 끼어들어 봤다가 아닐까 싶네.”

그 말에 확신을 가졌다. 그래, 더는 이런 부류를 내 인생에 껴주지 말자. 내 인생에는 충분히 소중하고 빛나는 이들이 많으니까.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그저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분노가 사그라들지 않으면 무고 공소시효가 5년이니 그때 소를 제기하는 것도 방법이겠지.

올해 태어나 처음 떠오르는 해를 봤다. 간절한 소망을 빌었다. 나와 내 주변 빛나는 이들의 안위와 행복을 지켜달라고.

모두가 상처받는 일 없이, 사람 같지 않은 이들과 섞이지 않고 그저 무탈하고 마음 따뜻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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