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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Jan 10. 2023

남편이 울었다.

결혼이 주는 위로

정말 치열한 한 주를 보냈다. 서로의 안부를 물을 새도 없이 얼굴을 마주할 새도 없이.

금요일, 서로를 보며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드디어 쉴 수 있는 주말이 왔구나. 토요일 아침, 남편은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전화가 끝나고 그는 출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운함보단 애잔함이 몰려왔다.

“공무원은 주말에 쉬는 게 국룰아니야? 혹시 저 모르게 공무원 그만두시고 취업하신 건 아니죠?”

“그러게... 힘들다, 요즘.”

출근 준비를 위해 욕실로 들어가는 그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며 저런 사람한테 내 힘듦을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저런 사람이 공무원이라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나 몰라라 따뜻한 보금자리라 생각하는 월급 루팡이 아니라, 저렇게 헌신하고 책임을 다하는 이가 공무를 수행한다 생각하니, 국민으로서는 다행인감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게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집안 곳곳에 묵은 먼지를 털고 쓸고 닦고, 댕이 털을 빗기고, 빨래를 하고.

그리고 저녁상을 준비했다. 돼지 김치찜과 소중한 사람이 보내온 밑반찬들을 가지런히 차렸다.

그의 퇴근은 생각보다 늦어졌다. 9시쯤 도착 예정이라는 그를 위해 다시금 차게 식은 음식을 데웠다. 현관문 여는 소리에 맞춰 상을 차리기 시작했다.

“다녀왔어.”

그의 표정이 너무나 어두웠다. 정말 곧 눈물이 후두둑 쏟아질 것 같은 얼굴. 애써 모른 채

“어여 손 씻고 와서 밥 먼저 먹어. 배고팠겠다.”

“응, 고마워. 진짜.”

“오늘은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씻고 게임 실컷 하다 자.”
 
그렇게 상을 차려내자 식탁에 앉은 그 옆에 댕이가 자리를 잡았다. 원래 침대에 녹아들었을 노랭이가 남편 바로 옆 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그 옆에 내가 자리를 잡았다. 두 숟가락 정도 먹었을까? 정말 맛있다를 외치던 남편이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댕이는 애써 모른 척 남편에게 기대 체온을 나눠주고 있었다.

솔찬히 놀란 나는 가만히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왜? 혼났나? 그만두라고 했나? 막말을 들었나?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다.

“뭐야? 왜? 어떤 시키야, 누가 왜? 뭐?”

커지는 울음을 꾹꾹 눌러 담던 그는

“위로가 돼서... 댕이도 자기도. 이래서 결혼하나 봐. 오늘 너무 힘들었는데, 위로가 됐어.”

위로가 돼 나온 눈물이라니...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 매일매일 늦어지는 퇴근 시간, 9시 퇴근하면 다행일 지경인 그를 보며 너무나 안쓰러웠다. 한계치에 다다라가는 그를 보는 나 역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 그가 눈물까지 흘리는 걸 보니 어찌해야 할 바를 몰랐다. 얼마나 힘들면 이 사람이 울까. 한편으로는 위로가 됐다니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결혼에 대해 부정적이던 우리가 결혼을 했다. 그 이유에 대해 사실 명확하게 이야기하진 못한다. 너무나 복합적이었다. 주변 사람들이 결혼을 하며 멀어지고, 우리의 연애기간은 길어지고. 이 단짝을 놓치지 않으려면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은 마음. 그리고 결혼을 하지 않겠다 말하면 설득해야 하는 부모님들. 길어지는 연애에 제삼자가 보내오는 시선. 결혼은 언제 하냐는 물음 등등.

다양한 요소가 있었지만, 우리는 두려웠다. 원체 뜨겁게 싸우던 우리가 결혼해서 잘 살 수 있을까? 아마, 남편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거다. 혼자서도 만족스러운 삶이었으니 그 두려움은 나보다 컸겠지.

그런 그가 위로를 받았다 말을 했다. 나 역시 위로를 받는다. 이 결혼 이제 시작이지만, 그는 아마 시간이 지나도 오늘의 위로를 기억하지 않을까? 댕이가 전해주던 따뜻함을, 엉성하지만 오직 본인만을 위해 차려진 밥상을 기억하지 않을까.

그렇게 결혼은 그에게 긍정적인 느낌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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