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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Jan 12. 2023

직장 내 괴롭힘을 방관하는 중

교묘하다, 악랄하다.

얼마 전 신입이 입사했다. 당연히 그는 경력이 있다. 그와 동성이기도 하고 공통분모가 많아 친해졌다. 항상 웃는 그를 보며 참 긍정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하루, 그와 깊은 이야기를 하게 됐다. 사실, 퇴사를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것. 항상 웃는 얼굴로 어디에나 잘 스며드는 그이기에, 경력이 있어 회사를 경험해 본 그이기에 퇴사를 고려하고 있다는 그 말이 놀라웠다.

왜? 왜 그런 거죠?

원인은 그의 선임이었다. 회사에 가장 오래 다닌 사람. 그는 본인이 생각하기에 잡무라 생각되는 모든 일을 새로 들어온 그 사람에게 떠넘겼다. 물론 이는 타 부서의 일이기에 내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왜인지 그를 일로 괴롭힌다는 거다. 홍보팀이라 생각하면, 갑작스레 언론사 미팅을 지시한다. 어디랑 만나야 하는지, 그 언론사와 우리 회사 친밀도가 어느 정도인지 기본적인 히스토리 없이 그냥 만나기를 재촉한다. 어렵사리 담당 기자 전화번호부터 알아내 점심 미팅을 진행한다. 진행 후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면 갑작스레, 관리자 앞에서 '누가 여기 만나라고 했어요? 제가 만나라고 한 곳은 00 일보잖아요!'를 외치는 거다.

그럼 그 앞에선 한마디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힌 채 그가 말한 00 일보와의 미팅을 해야 하는 거다.

이런 식의 괴롭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 외에도 관리자가 출근하는지 여부를 체크해 본인은 하루에 6시간만 일하고 퇴근을 한다. 그럼 그 부서에 주어지는 일은 결국 그는 야근을 해서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세 달이 넘는 시간을 견뎌왔다. 묵묵히 견뎌온 그가 너무나 대견했다. 그런데 이런 교묘한 괴롭힘에 대해 조언을 해줄 방법이 없는 게, 문제제기를 할 방법이 없다는 게 너무나 답답했다.

이 정도 일로 문제 제기를 하면 결국, 새로 들어온 이가 무능해서 혹은 적응을 하지 못해서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사실 꾸준히 목격했다. 그는 그렇게 3명을 내보냈다. 그리고 들어온 4번째. 문제는 사람을 괴롭히는 방법이 너무나 교묘해 선택할 수 있는 답이 둘 뿐이라는 거다. 버티거나, 나가거나.

그런 상황을 방관만 하고 있는 나 자신도 너무나 답답했다. 무엇보다 나는 원팀이다. 진짜 1명이 1팀인, 상황이 그러다 보니 그런 이들을 보살필 여력이 없었다. 업무에 치여 퇴근하기 급급했으니. 이 또한 비겁한 변명이겠지.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간간이 보이는 일진들이 있다. 자신들만의 권력을 만들고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창 시절 은따를 시키듯 사람을 은따로 만들어 버리는 이들.

그런 이들의 특징은 비슷했다. 윗사람들을 잘 속인다는 것. 항상 열심히 일하는 척 다른 이들의 성과를 뺐고, 밝은 성향에 붙임성이 좋지만, 싫은 사람들을 골라 내 투명인간 취급을 한다. 내 무리와 내 무리가 아닌 이들을 철저히 갈라내면서도 윗사람들 앞에서는 모두를 잘 챙기는 척. 관리자가 회사에 있을 때는 화장실도 안 가는 척 하지만, 관리자가 자리를 비우면 출퇴근조차 마음대로 해버리는 영악함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윗선에 꺼내는 것조차 어려운 현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문제아는 내가 될 것이 뻔 한 상황.

이런 상황에 침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다.

그저 우리 버텨요...라는 말뿐.

그 버티자는 말에 돌아온 그의 대답이 너무나 서글펐다.

“버틴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빨리 나가는 게 답이지. 참으면 병만 나더라고요.”

맞는 말. 나도 버텨 보려 하지 않았나. 버티면 버틸수록 곯아가는 회사. 외눈박이 세상에 두눈박이가 바보가 되는 현실.

이 답답한 현실 속 나와 그가 할 수 있는 건 결국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을 하다 이직자리를 알아보는 것뿐이겠지. 그렇게 일진들은 고이고 고여 또 다른 사람을 밀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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