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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Feb 07. 2023

타인의 무례함에 상처받지 않는 방법

당신이 내 하루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최근 회사가 투자를 받았다. 이로써 ‘갑’ 사가 생겼다. 당연스레 홍보팀은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갑사가 언급되니 이후 갑사에도 해당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갑사의 홍보팀 목소리를 들었을 때 서늘했다. 특유의 그 건들거리는 말투, 흔히 말하는 어깨 뽕이 가득 찬 게 그대로 느껴지는 언어. 싸하다. 육감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위에 보고해 보겠다.”라는 말을 했다.

내 육감이 틀린 건가? 다행이다.라는 안심도 잠시 이후 걸려오는 전화들에서는 말도 안 되는 갑질이 시작됐다. 회사명 언급에 대해 사전 협의가 있었는지, 계약서상 기재된 건지를 따지고 들었다. 이에 보고를 진행했다. 위에서 소통된 문제라는 결론, 이에 그 결론을 전달했다.

무언가 맘에 안 든 건지 갑작스레 내가 작성한, 우리 회사 내부 컨펌이 끝난 보도자료를 보며 가치가 없다, 내용이 없다는 말을 늘어놨다. 왜 타사가 우리 회사의 보도자료를 보며 가치를 운운하는지, 내가 연차가 낮다고 생각해 본인이 리드를 해야 한다고 착각하는지.

그의 무례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말끝마다 말꼬리를 잡으며 비아냥 거리는 그 말, 나를 업신여기는 그 말투. 일은 제 아무리 힘들어 봤자 지만, 무시하는 그 말들에 적잖은 충격과 상처를 받았다. 하지만, 갑사 직원이다. 이 사람과 불화를 일으켜 좋을 게 뭐가 있을까. 참자. 일단 난 기분이 태도가 되는 걸 보여주지 말자.

스스로 다독이고 대표님께 보고했다. 보고하는 과정에 울컥울컥 올라오는 설움. 오랜만이다. 아가 기자 시절 들었던 모욕. 그걸 해낸 당신에게 박수를.

그 설움과 우울이 나를 잡아먹으려 들었다. 그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딴 인간이 소중한 내 하루를 망가뜨리게 두면 안된다.’

‘고작 이런 인간에게 휘둘리는 나약함이 더 같잖다.’

그리고 일을 했다. 미친 듯이. 이런 기분이 치고 올라오면 대게 나는 일을 손에 잡지 못했었다. 그리고 계속해 ‘어떻게 나한테 이런 말을 하지?’, ‘어떻게 복수를 하지?’라는 어두운 생각에 계속해 힘을 더하고 살을 붙여왔다.

하지만, 그만큼 쓸모없는 일을 없다. 이런 인간을 내 하루에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짓을 할 필요가 없다. 그걸 깨달았다.

부서진 자존심, 멘털 수습은 나중에, 우선 눈앞에 들이닥친 일들을 쳐내자.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생산적인 일을 하자.
그렇게 숨 가쁘게 2시간 정도를 일했을까. 출입 기자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에 웃으며 이야기를 하고, 인터뷰 피칭을 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잠시 바람을 쐬며 생각했다.

‘꽤나 성장했네. 꽤나 괜찮아졌네.’

내 자존심은, 내 업무 능력은 그런 사람의 같잖은 말 몇 마디로 깎아 내려질 수 없다. 내 자존심은 내가 채우는 것, 내 업무 능력은 내 회사가 판단하는 것. 올해 목표였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를 이뤄 낸 것만으로 난 대견한 하루를 만들어냈다.

누군가 내게 상처를 주려 발악을 할 때 나는 생각한다.

‘너같이 덜 된 인간이 내 하루를 잡아먹을 순 없어.’

그리고 떠올린다.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이들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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