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대의 안녕한 오늘을 바라요.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대한 기록
가끔 길을 지나다 만나는 어떤 것을 보며 이유 없는 행복을 빌고 싶을 때가 있다. 이유는 없다. 그저 당신의 오늘이 편안하길, 작고 소소한 행복에 마음껏 웃을 수 있길 바란다.
회사에서 일을 하다 답답할 때면 야외가 보이는 테라스로 나간다. 테라스 아래 놓인 구조물, 눈이 나빠 명확히 보이진 않지만 가끔 그 구조물 위에 노란 털뭉치가 곤히 잠에 들어있다. 고양이다. 우리 집 고양이와 똑같은 색깔의.
도심 중의 도심. 작은 털뭉치가 누워 쉴만한 곳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 털뭉치는 이곳저곳을 헤매고 헤매가 높다란, 나무들 사이에 가려진 도심 속의 구조물 위를 안식처로 선택했을 거다.
15층 높이의 테라스에서 그 아이를 쳐다보며 생각한다. 내일도 너를 볼 수 있기를. 부디 오늘도 네가 배부르고 따뜻한 하루이기를 바란다. 그렇게 이유 없는 행복을 빌었다. 하루라도 안 보이면 이젠 불안할 지경. 괜스레 먹을 걸 주었다 그 아이의 은신처가 발각되거나, 벌레가 꼬여 수모를 당할까 섣불리 먹을 걸 주지도 못하겠다.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마음속으로 그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뿐.
때로는 이 고양이와 같은 사람을 마주칠 때도 있다. 출근길, 미친듯한 혼잡함에 의식도 없이 그저 앞사람만 보며 따랐는데 한 사람이 이리저리 치이는 걸 목격했다. 당연하게 핸드폰을 보느라 사람들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 사람과 가까워졌을 무렵 알았다. 걸음걸이가 다소 좀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 사람은 자신이 흐름을 방해한 게 미안한 듯 에스컬레이터를 포기하고 계단으로 향했다. 계단 역시 혼잡하고 모두가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보는 상황. 그 사람이 또 여기저기 치일 것이 분명했다.
조용히 그 사람의 뒤로 가서 섰다. 적어도 뒤에서 치고 올라가는 건 내가 막아줄 수 있겠다 싶어서. 한 걸음 한 걸음이 더뎠다. 내가 거슬릴까 뒤에서 발자국 소리도 내지 않고 그를 따랐다. 조용히. 바쁜 출근길 누군가에게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당신의 아침이 안녕하길 바라보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한다. 성격이 급해 천천히 걷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걸음을 옮길 때마다, 당신의 행복을, 또 한 걸음에 나의 행복을, 또 한걸음에 당신의 안녕을, 또 한 걸음에 내 안녕을.
그렇게 그 사람과 내 행복을 기원했다. 어쭙잖은 동정은 아니다. 대학 시절 그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배운 게 있다면 ‘타인의 인생에 함부로 동정의 프레임을 씌우지 말라’였으니. 내가 착해서도 아니다. 사실 선과 악으로 나누자면 나는 악에 조금은 더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니까. 그저 이유 없이 이런 마음을 들게 해주는 이들에게 고마울 뿐.
그 어떤 기복도 없는 그저 감사함에 대한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