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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Nov 02. 2023

이런 말하는 리더들은 틀렸습니다.

같이 일하고 싶은 리더는

“말씀 주신 보고서 전달드립니다.”

“아닌데, 내가 언제 이렇게 말했지? 완전 틀린데.”

맞아요, 틀리겠죠. 당신은 그 어떤 문장 하나 완벽히 서술한 적이 없으시니까요. 당신이 두루뭉술하게 말하는 걸 제 나름의 언어로 정제하고 가공해서 제가 만든 거니까요.

라는 말을 한 번 삼킨다.

“어떤 부분이 틀릴까요?”

“다? 몰라.”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다시 한번 삼켜 본다. 그리고 피드백을 기다린다. 피드백은 없다.

맞다. 자랑스러운 나의 사장님과 내 대화다. 그의 화법 덕분에 요즘 자존감을 도둑맞고 있다. 몇 날, 며칠 애를 써 만든 보고서는 항상 빵점으로 채점이 되어 돌아온다. ‘틀렸다.’는 말과 함께.

뚝뚝 떨어지는 자존감을 붙잡지 못하는 내 자신이 답답했다. 결국 남편에게 물어봤다. 매일 보고서를 써서 올리는데 본인이 작성한 글에서 단어 하나 살아남을 때가 많다는 그의 말이 떠올라서.

“정말 노력했는데 그 결과가 매번 빵점짜리 시험지인 거랑 다를 게 없는데, 어떻게 버텨?”

“조금 다른 게 우리는 그래도 ‘고생 많았다. 조금만 수정해 보자.’가 전제인데 자기 회사는 틀렸다가 나오니 사람이 지칠 수밖에 없지.”

그 말을 듣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도 공감하는 대목이라 했다. 회사에 일을 시키는 사람이 두 명이 있다. A와 B.

A는 일을 시킨다. 일을 시키면서도 본인의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명확한 지시 하달이 어려울 땐 전제를 깐다.

“나도 지금 생각 정리가 안돼서 다소 좀 추상적인데 일단 1차 안을 가져와 볼래? 보고 나도 정리해서 너에게 다시 명확하게 말할게.”반면 B는 본인은 언제나 완벽한 상태라는 것에 취해있다.
“그 있잖아? 그, 그것에 대해 알아와.”

“어떤 부분을 알아올까요? 역사? 시장 규모? 어떤 것 때문에 보고 싶으신 거예요?”

“... 그건 네가 생각해야지.”

여차저차 홀로 고민해 결과물을 가져간다.

A는 “고생했다. 내가 살펴보고 다시 말해줄게. 고마워.”

B는 “아닌데, 이거. 됐어. 손 떼.”

과연 누가 더 리더십이 있는 사람일까, B밑에서 자존감을 도둑질당하는 직원이 정말 멍청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니 그냥 나가라는 소리를 우회적으로 하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그리고 사기는 저하됐다. 직원의 사기를 꺾는 리더, 그는 과연 리더의 자격이 있을까.

아직 뭣도 아니지만 여러 리더를 경험해 본 결과 일 잘하는 리더는 결국 최소한의 비용으로 직원을 회사의 팬으로 만드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럼 어떻게 직원을 팬으로 만들 수 있을까? 작고 소중하지만, 내 경험상으로는

1. 업무 지시를 할 때 불필요한 형용사 대신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말한다.
  - “우리 회사 경쟁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해야 하는데, 조사 목적은 우리 IR 자료를 새로 만들어 투자사 라운딩을 돌기 위함이야.” → 0
  - “이번에 00 투자사랑 00 투자사를 만날 건데 개네가 기존에 투자하는 기업이 C랑 D인데 애네가 하는 일은 ~~~~~~(전문 용어)야. 알겠지? 표도 좀 많았으면 좋겠고 이미지도 화려했으면 좋겠어. 투자사들이 보고 우와! 하게. 알겠지?” → X

 
2. 감사함과 미안함을 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 상사가 준 자료를 토대로 자료를 만들었는데 본인이 준 자료 자체에 숫자 오기가 있었는데 해당 숫자가 오기인 줄 모르고 보고서를 작성했을 때


  - “왜 이렇게 했어?”, “주신 자료에...”, “아, 미안하다. 진짜 미안, 이걸 놓쳤네. 미안해.” → 0
  - “이거 틀렸어.”. “주신 자료에...”, “무응답” → X

3. 피드백이 명확하다.  


 ∴ 리더들이 쉽게 간과하는 게 본인의 직책과 아랫사람의 직책이 다르다는 것, 본인의 연봉과 아랫사람의 연봉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 나만큼 일 못해? 가 아니라 일은 이렇게 하면 돼!라는 등대가 돼 줘야 한다.


  - “네가 작성한 보고서에 보면 이 문단의 경우 글이 너무 길어 가독성이 떨어지잖아, 그럼 이미지 자료나, 시각화 자료 하나 삽입하면 좋아. 그런 자료는 E사이트나, F사이트 참고하면 돼.” → 0
  - “이게 뭐야, 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내 문젤까 너 문젤까?” → X


크게 이 세 가지였다. 이 세 가지가 다 되는 리더를 안타깝게도 만나보진 못했다. 다들 하나같이 ‘알잘딱깔센’을 외쳐댔다. 그러면 내 연봉도 좀 알잘딱깔센으로 줄 것이지 연봉 인상폭에 대해서는 뭐 그리 구질구질 말들이 많은지.

소통, 말 한마디.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 특히 높은 자리로 가면 갈수록 말의 무게는 커지는데 다들 잊고 사는 것 같다.

하나같이 AI와 대화하듯 ‘아니.’, ‘응’, ‘~해줘.’, ‘됐어.’라는 굉장히 일방적이고 단호한 언어를 사용한다. 그 말들이 점점 차갑게 다가오는 요즘 퇴사 욕구 90% 충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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