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은 동조다.

약자를 향한 혐오를 방관하지 말자

by 갑순이

처음으로 동지와 단 둘이 술을 마셨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동지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술과 사람에 취했다.


흥과 술에 취해 2차를 갔다. 조그마한 호프집.


생맥 2잔과 양념치킨. 무얼 이야기하는지도 모르지만 통한다는 느낌에 취해 점점 이성이 사라지고 있을 찰나.


삼십대 초중반? 남성이 들어와 우리 옆에 착석했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홀로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던 여성에게


"맥주!!"


신경질적인 반말에 신경쓰여 그 사람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대뜸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했다.


"야! 재털이!!!!"


자기 엄마뻘은 되보이는 여성에게 반말과 고압적인 태도는 계속됐다.


가게 여성 노동자는 담배는 밖에서 태워달라 요청했다. 그 요청을 시작으로 그는 폭언을 퍼부으며 자신이 이 가게 사장과 친구라며 으시댔다.


우리 둘, 그리고 건너편 남성 둘. 남성 두명은 여성 노동자가 겪고있는 상황따윈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순간 머리로 피가 쏠리는 느낌이 들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여성 노동자 앞을 가로 막고 이모님 경찰 부를까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경찰 부르면 잠시 갔다 또 와서 더한 행패를 부리니 하지말라고 했다.


경찰이란 단어를 들은 그 진상은 목소리를 높이며 지껄였다.


같이 언성을 높였다. 제 어머님이 뭘 잘못해서 그딴 태도로 사람을 대하냐며 윽박 질렀다.


당연히 주눅들거라 생각했었던 걸까? 필사적으로 대항하자 갑자기 꼬리를 내리며 "아니... 내가 뭘..."


"반말하지 마세요."


그 말을 맺고 난 뒤 사실 기억은 잘 안난다. 다만 끝까지 그 상황을 방관하던 남성 2명이 너무 미웠다.


왜 힘이 있는데 왜 이 상황을 방관하는 걸까. 이 여성이 얼마나 위협을 느끼는지 공감하지 못하는 걸까. 진짜 싫었다.


여자라서가 아니라, 뻔히 물리적 약자임을 알고 저러는데 왜 도움을 주지 않을까.


그 분노도 잠시 나의 동지는 참 다도가 어울리는 사람인데 상황을 가만히 보다 일어나더니


"삼촌~~ 노매너~~~ 꼰대~~~ 앙대~~ 계산하고 딴데 가긔~~~"


신선한 충격이었다. 내성적인 성향으로 인사도 잘 안 건네는 그녀가 진상을 어루달래고 있었다.


그녀의 어루달램과 내 투쟁 의지로 그 진상은 사과+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떠났다.


어제의 일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일 수 있다. 그러나 나와 이 땅의 약자들은 수 없이 이런 상황에 노출돼 왔다.


약해보이니까, 약할 거 같으니까.


그런 약자를 탐색하고 괴롭히고 짓밟으려는 자들. 그런 행위를 묵인하는 동조자들.


그만하라는 한마디, 그건 옳지 못하다는 질책이 그런 못난자들의 못난 행태를 멈출 수 있다.


침묵하지 말자. 나는 할 수 없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


어제도 결국 그녀를 '우리'니까 지킬 수 있었다.


난 앞으로도 침묵하지 않을 거다. 왜 그러냐고 소리지를 것이고 결코 약하지 않은 존재라 어필할 것이다.


그러니 부디 이 미친 세상을 함께 지나는 동지들도 침묵하지 않길 간절히 부탁해본다.


침묵 역시 동조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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