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문제다.
일이 힘들어도 사람이 좋으면 견딘다.
“나 다음은 어디로 취업하지?”
장난 반 진심 반을 담아 건넨 내 말에 짝꿍은
“무슨 쇼핑해?”
라고 답했다.
짝꿍은 벌써 경찰로 9년째 살아오고 있다.
그런 그는 지구대 있을 때 가정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한 곳에서 침을 맞았을 때도,
그의 상사가 그에게 모욕적인 언사를 내질렀을 때도 나처럼 ‘사표’를 집어 들지 않았다.
그와 나의 차이가 무엇일까. 공무원 연금? 안정성? 무엇이 그를 버티게 하고 나는 자꾸만 사표를 내게 하는 것일까.
요즘 그를 보면 ‘아씨, 내가 이래서 세금을 내는구나.’를 새삼 느낀다. 국가 비상사태로 온갖 정부 부처가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저녁 9시나 넘어서야 퇴근을 하는 그를 보며 국가 비상사태에도 여전히 칼출, 칼퇴를 하는 내가 부끄러울 때가 있다.
그 고강도에 비몽사몽 말라가면서도 그는 일을 때려친다는 말을 입에 담지 않는다.
최근에서야 그 차이를 알았다. 그에겐 참 좋은 동료들이 언제나 존재했다. 출동 나가 침을 맞고 돌아온 그에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으로 털자며 다 같이 으쌰 으쌰 하는 동료들이 있었고, 매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모욕적인 언사를 내뱉는 그의 상사를 함께 욕하며 다독여 주는 동료가 있다.
‘동지애’란 표현이 걸맞은 사람들이 그에겐 언제나 존재했다. 워낙 무던한 그의 성격도 한 몫하겠지만, 지금 회사에서 ‘동지애’를 느끼며 새삼 깨닫는다.
이직해온 지금 직장에서 내 부장에게서 더는 배울 게 없다고 느낀 뒤 사직을 결심했었다. 아마, 1~2년 내로 사직서를 제출할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선뜻 구직에 나서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그를 제외하면 좋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이곳에서 일한 지 오래된 이들이지만 어쭙잖은 텃세 대신 관용과 가르침을 베푸는 사람이 존재한다.
입사 시기가 비슷한 동지는 그녀만이 가진 발랄함으로 1일 1 웃음을 선물한다.
아르바이트생인 한 사람은 미친듯한 고요함 속 태풍의 눈처럼 주체 못 할 흥과 끼를 내 앞에서 터트린다.
이유 없는 시비와 같잖은 권위를 휘두르는 부장에게서 마음이 다쳐올 때면 하나 같이 돌아가며 내 책상 위로 뭐 하나씩 던지고 지나간다.
‘괜찮아? 알아. 괜찮을 거야.’라는 말을 대신하는
‘툭’
그들의 무심한 듯 따뜻한 배려에 또 이겨낸다.
사람이 미래다. 사람이 희망이다.
그 말이 절대적으로 옳았음을 이제야 깨닫는다.
일은 너무나 지루하고 일을 위한 일을 하며 효율 대신 겉치레가 존재하는 이 곳에 난 벌써 염증이 난 거 같다.
기사 한번 써본 적 없는 부장은 9년 간 기사 쓰기 훈련을 받은 나와 혼자 기사 경쟁을 한다.
한심한 부장, 효율성 없는 행정 업무, 나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 지금 이곳에서 그래도 버티는 이유는 사람이다.
안녕하세요가 오고 가는 아침 사무실 풍경, 함께 밥을 먹으며 서로를 다독이는 점심시간, 잠깐의 산책 속에 꽃만 봐도 웃을 수 있는 코드가 맞는 동지들, 몰라도 괜찮다, 하나하나 알려주는 선배들, 세심히 보듬어 주는 그들이 있기에 나는 오늘을 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건 한 부분이라도 썩어있다면 도려낼 줄 알아야 하는 게 경영진 아닐까?
썩은 물을 환수하지 않은 채 자신의 입 안에 혀처럼 군다고 내버려 두는 건 악을 키우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