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부장을 싫어하는 이유

왜 안 듣고 왜 안 보는지

by 갑순이


29살. 주변의 모든 이들이 밥벌이를 시작했다. 이 시국에 운좋게 다들 돈을 벌고 있다. 모두 ‘존버’ 정신으로 버텨줌에 다행이다 싶다.

우리가 모이면 자연스레 서로 회사의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런 우리가 발견한 공통점. 우리가 싫어하는 부장들은 특징이 있다.

안 듣고, 안 본다. 우리의 이야기는 보지도 듣지도 않은 채 혁신을 이야기하고 요즘 세상이 무섭다느니, 좋아졌다느니 알 수 없는 비꼼을 시전한다.

본인이 한 실수에도 인정할 줄 모르고 그 실수조차 너 때문이라 말하는 사람. 끝까지 본인이 맞다며 우기고 결국 결과가 틀어져도 너의 탓.

무엇보다 충격적인 건 꼰대님들이 말하는 요즘 세상에도 폭력을 휘두르는 이가 여전히 밥벌이를 버젓이 하고 있다는 것.

종이로 사람을 때리고 의자를 툭툭 치며 말하는 사람. 의자는 치지 말아달라는 부탁에 네가 째려보니 뭐라도 대응을 해야겠다 싶어 그랬다 말하는 그 사람.

엉덩이가 왜 예쁘냐고 대놓고 희롱하는 그.

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을 보지 않고 뉴스에 나오는 갑질 이슈를 듣지 않는지.

요즘 난 회사에서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 내 부장은 적어도 무조건적으로 밀어 붙이지 않는다. 동의할 수 없는 근거를 말하고 자신을 설득해 달라고 말한다.

회사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렇다. 비효율적이더라도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려 하고 생각 차이를 인정하려 애쓴다. 물론 잘 받아드려지진 않지만, 그렇게라도 노력하는 회사를 처음 만났다.


우린 2차 산업혁명 때 사용되던 기계가 아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하라는 대로 할 수 없다. 그런 우릴 바랐으면 꿈이니 창의력이니 고등교육을 자리 잡게 했으면 안됐다.

우린 사고한다. 매번 우린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위해 노력한다. 모두 각자가 꿈꾸며 걸어 온 길이 있다.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렇기에 소통하고 싶다. 함께 나누며 발전하고 싶은 거다.

그런 우리에게 그저 조용히, 가만히를 외쳐대니 우린 부장이 싫은 거다. 단순한 세대 차이가 아니라 생각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 존중의 부재에서 오는 문제가 아닐까.

그 어떤 이도 업신여김 당하지 않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모든 회사에 뿌리내리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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