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운다는 건

갑자기 찾아오는 이별이 있다는 것

by 갑순이

8살. 2012년 4월생. 우리 이쁜 돼지 고양이.


최근 아기한테 입냄새가 나 스케일링을 하러 병원에 갔다. 나이가 있는 만큼 간단한 건강 검진과 더불어 진행된 스케일링.


스케일링 시작 전 의사 선생님이 갑자기 날 찾았다. 불길했다. 역시나. 혀 아래 이상한 종양이 발견됐다. 제거하냐는 물음에 해달라 했다.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은 내게 그 종양을 만져보라 했다. 딱딱했고 꽤나 컸다. 딱딱할 경우 더구나 고양이들 입에서 발견될 경우 대부분 암이라고 했다. 좀 더 정확한 결과를 위해 조직검사를 맡기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순간 울컥 올라왔다. 마취로 축 늘어진 내 돼지를 마주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왜? 왜?


순간 내가 했던 못난 엄마의 행동이 모조리 스쳐 지나갔다. 말하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던 거. 사고 좀 쳤다고 혼냈던 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소리 질렀던 거...


나이가 많아 마취 후 경과를 병원에서 지켜보자고 했다. 그 철창 안 축 늘어져서도 내게 눈인사를 건네는 노란 돼지. 나는 나쁜 엄만데 너는 참 한결같은 고양이구나.


몸을 가누지도 못하면서 눈물 흘리는 엄마를 위해 끝없이 눈을 깜빡이던 너.


그런 아이가 어제오늘 신기할 정도로 기력을 회복했다. 큰 목소리로 엄마를 찾고 꾹꾹이를 하고 밥을 먹는다.


다행이다, 정말. 그저 단순한 물 혹일 거다.


혹여나 또 내가 울까 봐 건강한 척 애쓰는 걸까 마음이 아린다.


나는 아직 널 보낼 준비가 안됐다.


아직 널 보낼 수 없다.

IMG_20201115_214044_360.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우리가 부장을 싫어하는 이유